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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간 만났다. 양국 정상이 약식이나마 단독으로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환담에서 두 정상이 “양국 관계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당국 간 협의 외에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하자”고 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면 일본 외무성은 이날 만남에 대해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약 10분간 말을 주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남을 ‘단독 환담’으로 규정하면서 ‘우호적이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는 청와대 설명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를 표하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파견한 것에 사의를 전하는 한편 양국 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외무성은 밝혔다. ‘원칙적 입장’과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한일청구권협정을 준수하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는 지난달 이 총리와 면담하면서 한 말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양국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날 짧은 만남이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듯하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약속을 지키라’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를 풀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베 총리가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관례를 깨고 축사를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한국 의원 예방을 거부한 데서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불러 한·일관계를 복원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직접 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가 2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GSOMIA에 대해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 것도 한·일 갈등 타개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도 움직여야 한다. 갈등 해소는 한쪽만의 의지로는 이뤄질 수 없다. 과거사 해결책 마련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GSOMIA의 연장을 주고받는 타협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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