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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4일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63빌딩에서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공관병 갑질 사건을 ‘불순세력의 작품’이라고 공격하며 상식 밖의 인권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삼청교육대가 어떤 곳인지 알고 한 말인가. 삼청교육은 5공 신군부가 1980년 ‘불량배 소탕’(삼청계획 5호)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간 전국 군부대에 3만9742명을 영장도 없이 강제 입소시켜 집체·순화 교육을 시킨 대표적인 인권탄압 사건이다. 국방부도 삼청교육대 현장에서 52명이 숨지고 후유증 사망자만 397명에 달한 불법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박 전 대장은 “지금 군에는 행동의 자유가 없다. 군은 만약을 대비하는 조직”이라며 “최근 거론되는 (옛 기무사의) 계엄령 대비 문건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사실상 두둔했다. 공당의 국회의원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권과 군에 대해 극히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2년 전 폭로된 갑질도 “침소봉대됐다”고 일축했다. 그는 공관병에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걸 인정하며 “감은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당시 육군 병영생활규정엔 부대활동과 무관한 과목·수석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박 전 대장은 “아내에게 적용된 혐의는 (썩은 과일을 던졌다는) 폭행과 (공관병을 잠긴 베란다에 두고 외출했다는) 감금 두 가지”라며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공관병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거듭 몸을 낮춰도 시원찮을 판에 군 규정도 모른 채 갑질 논란을 음모론과 ‘부적응 공관병’ 책임으로 돌린 셈이다. 혹 떼보려다가 매를 더 번 격이다.

박 전 대장은 “당이 원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하겠다”며 자유한국당 천안 공천을 희망했다. 황교안 대표로부터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또 있으니 기다려보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를 ‘1호 영입자’로 정했던 한국당은 심판대에 섰다. 황 대표는 그제 “실수한다고 뒤에서 내부총질하면 되겠냐”며 불쾌함을 비췄다가 4일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고 몸을 낮췄다. 박 전 대장 영입 발표나 공천 카드를 살려놓고, 소낙비를 피해보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황 대표가 ‘친황’ 배지 한 명 만들려고 여론 눈치만 본다는 소리가 한국당에서부터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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