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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로 내년 2~3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평화적 개최가 위태로워졌다. 만에 하나 29일의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추가 도발의 방아쇠가 된다면 세계인의 축제이자 평화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취지가 빛을 잃게 된다. 이대로 가다간 ‘평화올림픽 이전에 전쟁올림픽이 먼저 펼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유엔이 지난 14일 평창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한국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북한이 화답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낸 성명에서 스스로를 ‘평화애호국가’로 칭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연한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국면전환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 그간 북한이 핵무력 완성 후에 미국과 담판짓는다는 이야기를 해왔던 점을 상기해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점도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하겠다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려 ‘풀을 뜯어 먹는’ 처지가 된다 한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군사 해결 방식은 한국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결국 북한과 미국, 남북 간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고, 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평창 올림픽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북핵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태도, 국내 보수여론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변명이 될 수 없다. 한국은 각국에서 오는 손님을 맞이해 잔치를 치러야 할 올림픽 주최국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화올림픽의 개최를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이다. 분단국가 한국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이 명실상부한 평화의 제전이 되도록 문재인 정부가 북핵 해결에 용기와 상상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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