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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최근 2주간 낮 최고기온이 평균 34.2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올해 처음 나타난 서울의 열대야는 거의 매일 되풀이된다. 상반기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종일 에어컨을 가동할 수는 없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요금이 누증되는 누진제 때문이다. 평소 월 260kwh를 사용해 전기료 3만5840원을 내던 가정이 소비전력이 947W인 에너지효율 1등급 최신형 에어컨을 구입했다고 하자. 하루 6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하면 전기료는 9만7020원으로 뛴다. 아이나 환자가 있어 12시간을 켠다면 21만7350원을 내야 한다. 효율등급이 낮은 구형 에어컨은 전기료가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에어컨은 비싸게 사고도 전기료가 무서워 켜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고 ‘현대판 굴비’라는 말이 돌고 있다.
11년째 요지부동인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어제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조만간 (전기료 누진제 개선)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새누리당이 긴급 협의회를 열고 7~9월 각 구간의 폭을 50kwh씩 높이는 한시적 누진제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조정으로 2200만가구가 19.4% 요금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정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누진제 개선은 일정한 원칙하에 추진해야 한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혹서기 시민의 불편을 덜 수 있어야 하며, 저소득층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률적인 전기료 인하는 전기 과소비를 부추겨 전력 생산량 증대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는 가뜩이나 환경오염 우려가 큰 발전소 증설로 이어질 수 있다. 누진제를 개선해도 전기료 총액과 전기 총 생산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해야 한다.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료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지난해 판매한 전기 평균단가는 kwh당 111.6원이다. 산업용이 103.4원으로 가장 낮고, 가정용은 123.4원으로 제일 비싸다. 전체 판매량의 81%인 산업용과 서비스업 전기료를 1%씩만 올려도, 가정용은 5.5%를 내릴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사용량이 많을수록 전기료 부담이 더 커지는 누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해야 한다. 다만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최근 10년 새 20%가량 늘어난 만큼 그에 맞춰 누진구간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저소득층에는 복지 차원에서 전기료 일부를 지원하고,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제도화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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