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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8개 보의 수문을 모두 개방해야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정부 기관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국토교통부 수자원공사가 국회교통위원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낙동강에 설치된 보 8곳을 전면 개방해야 녹조의 저감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금까지 환경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4대강 보의 전면 개방 주장을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인정한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8월 18일 (출처: 경향신문DB)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내건 명분 중 하나는 ‘유량을 확보해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몇 년 사이의 가뭄과 고온현상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강의 유속이 보 설치 이전보다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녹조현상이 악화됐다. 8월쯤이던 녹조 발생 시기가 3개월이나 빨라졌고, 지난해 12월엔 조류 겨울철 주의보까지 발령되는 등 ‘사철 녹조’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에는 낙동강 하류 4개 보의 수문을 일시 개방하는 ‘펄스형 방류’를 시범운영했다. 그러나 금방 사람과 가축에 치명적인 독성 남조류의 개체수가 다시 증가했다. 강의 생태계는 망가졌다. 시민사회단체인 4대강 조사위원회가 올 5월 답사한 결과 보 설치 이전(1997~2002년) 70종의 어류가 살던 낙동강에서 단 8종만 잡혔다. 그나마 7종의 어류는 정체된 물에서도 살 수 있는 베스와 장군치, 블루길 등이었다. 어민들 역시 망연자실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의원 간담회에 나온 어민은 “4대강 사업 이후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면서 “간간이 잡히는 물고기 중에도 간질환을 유발하는 독소에 감염된 경우가 많다”고 한탄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시민들이 간질환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어민이 다른 사람의 건강을 염려해줄 만큼 사태가 심각한 것이다.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수자원공사가 결론을 내렸듯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것 외에는 강을 되살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4대강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강이 죽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수문의 전면 개방으로 강의 생태계가 살아난다면 그때는 출구전략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즉 보의 전면 철거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 수도 있어야 한다. 잘못을 되돌릴 줄 아는 것도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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