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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를 이틀 앞둔 어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서울의 낮 기온은 36.6도까지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기록적인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은 언제쯤 가마솥더위가 누그러질지 기상청 예보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오보 행진만 거듭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기상청은 지난 19일 ‘최근 무더위 원인과 전망’에서 폭염이 23일 이후부터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일 이후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사라질 것이라던 전날 발표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기상청이 밝힌 폭염 종료 시점이 다섯 차례나 바뀌면서 시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기상정보는 시민들의 생활안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자연재해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어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올여름 장마에 이어 폭염 예보에서 기상청이 보여주고 있는 오보 퍼레이드를 보노라면 ‘오보청’ ‘구라청’ ‘기상중계청’이란 비아냥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기상청의 오보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올해는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 들여온 532억원짜리 슈퍼컴퓨터 4호기가 지난 2월부터 가동됐기 때문이다. 한 달 전기료만 2억5000만원에 이르는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도 오보만 날리고 있으니 기상청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이상 오보를 장비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은 기상청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출처: 경향신문 DB

그렇다면 결국 사람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으로 날씨 예보를 산출한 뒤 예보관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보관의 경험이나 노하우가 기상예보의 정확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이른다. 기상정보를 담당하는 인력 관리와 이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한 최신 기상기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기상청 예보관은 일은 고되고 예보가 틀리면 비난이 쇄도하기 때문에 기피 자리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많다. 시민들은 일단 오보의 원인이 무엇인지나 속 시원히 알고 싶다. 감사원은 기상청을 상대로 오보가 왜 이처럼 빈번할 수밖에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 만약 방만한 조직운영과 인사가 있었다면 그대로 넘어가선 안된다. 정부는 더 이상 기상청의 셀프 개혁에 기대지 말고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시켜 특단의 오보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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