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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된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의 후임을 내정한 것은 정권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탄 ‘알박기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차기 정부 출범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미래부 고위 관료를 임기 3년짜리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야당(2명)과 여당(1명)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김재홍 부위원장(야당 추천)과 이기주 상임위원(대통령 지명)이 지난달 24일 임기를 마치면서 현재 3기 상임위원 5명 중 3명이 남아 있다. 김석진 상임위원(여당 추천)은 임기가 끝났지만 최근 연임이 확정됐다. 최성준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일, 고삼석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6월8일까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는 황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3기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등 의결이 필요한 주요 현안을 이미 처리한 상태다. 당장 상임위원 인선을 하지 않으면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시민에게 탄핵당한 ‘시한부 정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이 부적격 인사를 상임위원에 내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인수위원이었던 김 실장은 정부조직 개편에 참여하며 방통위 기능을 축소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방통위가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행정위원회로 격하시킨 장본인을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황 권한대행은 방통위 상임위원 인사를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것이 마땅하다.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하는 권한대행이 주요 기관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황 권한대행은 자신에게 맡겨진 마지막 소임은 대선일까지 국정을 잘 관리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인사권 행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명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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