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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가 예열되고 있다. 그동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의 끊임 없는 구애에도 딴청을 피우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후보등록 등 대선 일정과 야권 지지세력의 압력을 감안할 때 단일화 논의를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소설가 황석영씨를 비롯한 문화예술·종교인 100여명도 정치개혁과 야권 단일화를 위한 ‘유권자 연대운동’을 천명하고 나섰다.
단일화 논의가 두 후보 측의 정치 혁신 경쟁으로부터 시작되는 현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문 후보가 엊그제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권한 축소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 등 정치 쇄신안을 내놓자 안 후보도 어제 의원의 정원 축소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축소를 골격으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안 후보의 안에 대해서는 정당 정치나 국회의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의원 축소 주장의 경우 세금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분배 기능을 나쁘게 해 다수 시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감세 논리와 같다는 한 정치학자의 지적은 경청할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쇄신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가 드러난 만큼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단일화 질문 (출처: 경향DB)
물론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일화의 궁극적 지향점이 정치 혁신이냐 정권 교체냐는 논란이 일례다. 오로지 정권장악을 지상목표로 한 단일화 논의에 매몰될 경우 국민이 바라는 정치 혁신은 뒷전에 밀려날 수 있다. 야권이 1997년 대선의 DJP연합과 2002년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성공적 사례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그러한 우를 범할 여지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야권이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 교체를 포함해 정권을 잡은 건 사실이지만 국정 운영까지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일화가 정권 교체라는 목전의 목표를 넘어 성공적인 국정 운영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두 후보 측이 보다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게 우선이다.
그 밑그림은 두 세력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의 공유로 채워야 한다. 과거 DJP연합과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보여주듯 이번 단일화 논의가 또다시 정권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한다면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신뢰를 얻기도 힘들다. 가치와 정책이 공유되지 않은 단일화는 정치발전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수십년 동안 고착돼온 한국의 낡은 정치 구도를 혁파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러한 대원칙에 공감한다면 단일화를 위한 형식과 절차는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가. 그 답을 구한다면 누구인가를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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