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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이 그제 심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3당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기로 했다. 당의 최대 주주인 김무성 의원과 측근 의원들이 5시간 동안 유승민 후보를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후보 단일화 추진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명분도 없다. 당이 경선 규약에 따라 뽑아놓은 후보에게 지지율이 낮으니 스스로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비윤리적·반민주적이다. 단일화를 주장한 의원들은 의총에서 “이대로 가면 선거 후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백기투항해서라도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들어가자는 것이다. 3개월 전 건강한 보수의 가치를 내건 창당대회를 그렇게 무효로 되돌릴 생각이라면 먼저 사과하고 의원직도 사퇴하는 게 이치에 맞다.

바른정당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낮은 지지율은 유 후보만 탓할 일이 못된다. 유 후보 지지율이 당보다 낮지 않다. 지금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부진한 것은 대안 보수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시민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걷어낼 수 있을 만큼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한창 선거운동 중인 당 후보를 주저앉혀 헤어진 당과 도로 합치는 일은 저질 정치 드라마에서도 보기 어렵다.

정책과 지지기반이 다른 국민의당까지 후보 단일화 대상에 넣은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도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고, 국민의당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그래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과 바른정당은 단일화 협잡을 중단해야 한다. ‘반문재인 연대’의 재추진은 정치적 자살행위다. 표는 유권자가 갖고 있고, 유권자는 우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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