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피라미드나 파르테논 신전의 밑변과 높이의 비율을 따져보면 1:1.618이다. 이런 비율을 ‘황금비’ 또는 ‘황금분할’이라고 부른다. 수학적으로는 어떤 두 수의 비율이 그 합과 두 수 중 큰 수의 비율과 같아지도록 하는 비율로, 근삿값이 약 1.618인 무리수이다. 일반적으로 황금분할은 어떤 상황이나 상태가 다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사회적인 황금분할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에서도 황금분할을 찾고 있다. 역사적으로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교육이다 보니 교육적이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한 기회가 될 수 있는 대학입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대학입시는 여러 전형들을 모아놓고 있다. 전통적 방식인 수능시험은 문제의 정답을 잘 찾아내고 암기력이 뛰어난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학생부전형은 기본적으로 전국 단위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동네 최고!’를 높이 평가한다. 게다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학교나 지역사회라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학생을 후하게 인정해 준다.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은 ‘특별한 전공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제도였는데 요즘은 ‘특별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 되었다. 학력은 높지만 내신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이 선호해서 패자부활전으로도 불린다. 수능, 학생부, 논술+특기자 전형의 비율은 대략 3분의 1씩이다. 어찌 보면 이 비율은 강남 대치동부터 농산촌이나 도시의 변두리 지역 학생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입시방법이다. 강남 등 교육특구지역의 학생들은 수능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 그리고 일반고 학생들은 학생부전형을 선택해서 준비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현행 교육정책의 방향성이다. 바로 황금비율 전략이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하지만 이는 만물식당에 비유되기도 한다. 한·중·일·양식을 모두 팔지만  어떤 메뉴도 ‘맛있다’는 평가를 못받는 것처럼 다양한 입시방법이 오히려 다수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각 전형방법의 이해당사자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전형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각 후보들의 교육공약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공통되는 정책주제는 대학입시에서 정시 수능과 수시 학생부전형의 비율을 조정하고 특기자전형과 논술을 폐지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수능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아 슬그머니 거둬들였고, 다른 주요 후보들은 수능보다는 학생부전형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획일적인 문제풀이에만 몰입해서는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육계의 의견에 주요 후보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사교육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으니 1석2조의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입시경쟁 문제는 제도만을 바꿔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존의 대입제도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대선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미래사회의 필요를 기반으로 한 교육적인 가치에 기반을 둬야 한다. 교육은 정치적 이해를 황금분할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