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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보훈처장이 그제 국감에서 “해임촉구결의안 제출 3번 등 야당이 수없이 많은 업무방해를 했지만, 저는 헌정 사상 5년8개월을 근무하는 최장수 정무직 기관장”이라며 질의하는 야당 의원을 조롱했다. 아들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국가유공자 특별채용에 합격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는 “아버지에게 아들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하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가 30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국감장에서 특유의 궤변을 늘어놓았다. 자신에 대한 판결에 대해서는 “(그런 성향의 판사가 했으니) 민주당이 재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감장에서 반복되는 공해 수준인 이들의 망발을 정권이 어디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난감할 뿐이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가운데)이 6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 반대로 업무보고가 불발된 뒤, 대신 업무보고를 요구받은 최완근 보훈처 차장(왼쪽)이 발언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강윤중 기자

5·18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해 논란을 일으킨 박 처장은 그동안 국정감사 등 국회가 열릴 때마다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국감 때는 방자한 태도가 더 심해졌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아들이 입사하는 과정에서 보훈처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물으면 성실히 답변하기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공직자로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판사의 편향성을 지적한 고 이사장의 발언도 공영방송의 최고 정책 결정권자 자격을 무색하게 한다. 1년 전 국감장에서 문제 발언을 서슴지 않던 그가 다시 국감장에 나와 군사정부 시절 공안검사와 같은 태도를 되풀이할 수 있는 것은 총선 패배에도 박근혜 정권의 본질이 1년간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임명직 공무원과 공공 기관의 장들이 이렇게 시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오만방자하게 구는 것은 대통령의 뒷배를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망발이 소신 있는 행동인 양 따라 하기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어제 KBS 고대영 사장은 세월호 사건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KBS 보도 외압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언론자유 침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보도본부장을 향해 “대답하지 말라”고 했다. 고 이사장과 박 처장은 더 이상 국민의 귀를 어지럽히지 말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감싸기 때문에 대통령이 불통 소리를 듣고, 지지율이 추락한다는 사실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1년 뒤 국감에서 이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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