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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중 사령관 사모님께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갔다”는 개그맨 김제동씨의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국회 국방위원회는 김씨를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김씨에게 사죄를 요구하자 김씨가 반발하고 군당국은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토크콘서트’ 포즈 취하는 김제동.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김씨 발언 시비는 황당한 일이다. 개그맨이 방송에서 한 우스개를 공론화한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우스개가 북핵 등 안보 위기 상황에서 연 국방위의 감사에서 의원이 시급히 다뤄야 할 주요 현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김씨의 우스개는 1년3개월 전 일이다. 이 때문에 김씨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반대 입장 표명에 정치 보복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영우 위원장의 사죄 요구 역시 부적절하다. 김씨가 허위 발언을 했다는 전제 아래 그같이 요구한 것이지만 발언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김씨는 그제 토크콘서트에서 개그 차원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나온 발언임을 시사했다. 또 김씨 발언 내용의 진위와 무관하게 국방위원장이 공인도 아닌 김씨에게 그같이 요구할 자격과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군장성 등이 규정을 어기고 사적인 일에 현역병들을 동원하는 일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 안팎에서 시장보기 병사, 테니스 병사, 과외 병사 등 규정에도 나오지 않는 용어들이 떠도는 것을 실체 없는 유행어로 치부해선 안된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군장성 부인들의 파티 동영상에서도 현역병 서비스 동원이라는 일탈적 행태를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해군참모총장 등 장성 부인들이 군 휴양소에서 파티를 하면서 참모총장 부인의 이름이 적힌 속옷을 보여주는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행사는 전액 국방예산에서 경비가 지출됐고, 현역 군인들이 뒤치다꺼리를 다했다”고 말했다.

백 의원과 김 위원장, 한민구 국방장관은 김씨가 군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누가 군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리는지를 이 동영상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국방위는 김씨 모욕주기에 열중하기보다 먼저 군장성들의 부조리 문화를 근절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군도 명예를 원한다면 스스로 명예롭게 처신할 줄 알아야 한다.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부인 파티에 병사들을 동원한 것이 합당했는지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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