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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장인이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도 처음 20%를 넘었다. 한 손에 카페라테를 들고 유모차를 밀며 육아하는 아빠를 뜻하는 이른바 ‘라테파파’들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아이 돌봄엔 남녀가 없다’는 생각이 삶에 반영되는 의미 있는 현상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어린이박물관’에서 한 아빠가 아이들과 책을 보고 있다. 한국에서는 휴일에 주로 보는 풍경이지만 스웨덴에서는 평일 오후 일을 마친 ‘라테파파’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박용하 기자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2만2297명으로, 전년에 비해 26.2%가 늘었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한 비율은 21.2%였다. 2017년 남성 육아휴직자 1만명,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 10%를 돌파한 후 2년 만에 2배로 뛰었다. 남성 육아휴직이 처음 시작된 2001년 남성 휴직자는 2명(전체 25명)에 불과했다. 비약적인 증가다. 다만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 절반 이상(56.1%)이 300인 이상 기업 소속으로, 여전히 대기업 중심이었다. 전체 노동자의 90% 이상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쏠림은 훨씬 더 심각하다. 

남성 육아휴직의 급증세에서 알 수 있듯 맞벌이, 맞돌봄은 시대적 요구다. 대기업, 중소기업이 따로일 수 없다. 기업규모에 따른 격차를 줄이고, 없애야 한다. 경제학에서 ‘마태효과’라는 용어는 자본의 부익부 빈익빈을 뜻한다. 신약성경 마태복음 중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에서 나온 말이다. 복지의 마태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아빠 육아휴직마저 대기업 위주로 돌아간다면, 자녀와의 시간, 양육의 질마저 양극화가 불 보듯 뻔하다. 육아휴직의 대기업 쏠림 이유는 상당 부분 대체인력 부족과 제도 미비 때문이라고 하니, 보완이 시급하다.

남성 육아휴직자 비중 20%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수치다.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더 많다. 라테파파란 용어는 있어도 육아휴직하는 여성을 ‘라테마마’로 부르지 않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남녀평등 사회를 위해 라테파파는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일·가정 양립정책들이 출생률 제고에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가 많다. 육아를 둘러싼 남녀 역할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정부는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빠가 일정 기간을 사용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이 주어지지 않는 ‘아빠 할당제’를 실시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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