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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서울시의 토지를 빌려주는 사업이다.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하여 장기간 운영하는 것이 조건이다. 얼핏 저렴한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서울시가 정한 조건으로는 토지를 임대하는 게 구입하는 것에 비해 저렴하지 않다. 토지를 임대할 때와 구입할 때의 비용을 비교하려면 크게 토지임대료, 시장금리, 보유세, 시세차익을 검토하여야 한다. 임대하는 경우에는 토지임대료가 비용이 되며, 구입하는 경우에는 시장금리, 보유세가 비용이 되고 지가변동에 따른 시세차익이 수익이 된다.

마포구 성산동의 350㎡ 면적의 대지를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2018년 기준 토지감정가는 약 23억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감정가의 1%를 연 임대료로 받는다. 즉 토지를 임대할 때 비용은 연간 약 2300만원이다. 2018년 12월 기준 담보대출의 이율은 연 3% 수준이다. 토지를 구입하기 위해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면 연간 63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한다. 한편 23억원인 토지의 보유세는 재산세, 지방교육세, 도시지역분을 합하여 400만원 정도이다. 즉 토지를 구입할 때 비용은 6700만원이다.

최근 5년간 지가변동률을 평균하면 월 0.4%이다. 즉 연간 5%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간 1억원이 넘는다. 구입할 때의 비용을 제하고 약 3300만원이 남는다. 지난 10년간 지가변동률을 평균하더라도 월 0.214%이며, 연간 2.6%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연간 6000만원 정도 된다. 이러면 수지가 마이너스 700만원이지만 임대할 때 비용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토지를 구입하여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이득이다.

서울시는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30년간 토지를 임대한다. 사업자에게 유리한 특혜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함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다. 토지를 30년밖에 못 쓴다는 것은 그 위의 주택도 30년밖에 못 쓴다는 것이다. 30년만 쓸 주택이라고 해서 싸게 지을 수는 없다. 관련 기준에 맞추어서 일반주택과 똑같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제대로 된 주택을 지으려면 최소한 평당 600만원, ㎡당 180만원의 건축비가 소요된다. 용적률 200%를 기준으로 하면 12억6000만원의 건축비가 발생한다. 이를 30년으로 나누면 연간 4200만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건축비에 대한 이자도 4000만원 발생한다. 토지를 제외한 주택보유세는 약 400만원이다. 여기에 토지임대료를 포함하여 최소한 1년에 1억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10가구가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가구당 1년에 1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60만원 정도가 된다. 이는 주변 시세와 동일한 수준이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주변 시세의 80%보다 낮게 임대료를 책정해야 한다. 즉 월 48만원이 임대료의 상한이다. 부족한 12만원은 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즉 순손실이다.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자기 인건비도 못 건지며, 무모하게, 때로는 비웃음을 사며 사회주택을 공급하려는 이유는 명백하다. 시세차익이 지배하는 사회는 끝없는 가격 상승에 기댄, 서민의 소득을 무한정 빨아들이는 개미지옥이기 때문이다. 공공과 지역공동체가 토지를 소유하면서 서민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손실을 감수하면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사업을 토지지원리츠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토지임대료를 2%로 상향하였다. 주요 출자자의 요구일 것이다. 자본이득이 목표인 리츠와 사회주택의 궁합이 좋을 리 없다. 애석하게도 사회주택 공급 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부디, 사회주택을 위한 처절한 노력에 우리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적절히 응답해주기를 바란다.

<강세진 새로운사회를여는 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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