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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자 지면기사-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 없는 짐승과
에레나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 보나 하고
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산
산
산
- 신석정(1907∼1974)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신석정 시인은 이 시를 1953년 1월에 발표했다. 언제 보아도 산(山)은 또렷하게 솟아올라 있다. 하늘에 별이 하나둘 돋아나듯, 산은 지구의 표면으로부터 볼록하게 쑥 돌올하게 솟아 있다. 산은 굳세고 위엄스러운 기개로 섰다. 시인은 그 산의 높이를 정신의 높이로 읽는다. 산은 고결하고 신성한 정신의 높이로 섰다. 뿐만 아니라 산은 그 품에 생명을 화목하게 거느린다. 골짜기와 산등선에는 순한 눈망울의 산짐승이 깃들여 살고, 꽃의 꽃핌이 있고, 이 생명들은 모여 정답게 살아간다. 시인은 이러한 산이 좋아서 기린의 목처럼 길게 목을 빼어 자신도 산이 되기를 열망한다.
새해에는 산처럼 숭고한 큰 뜻을 품어보고, 산처럼 힘차고 튼튼할 것을 생각해볼 일이다. 산속 생명들처럼 사이좋게 살 일을 꿈꿔볼 일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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