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살았능가 살았능가
벽을 두드리는 소리
대답하라는 소리
살았능가 죽었능가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만
대답하라는 소리만
살았능가 살았능가
삶은 무지근한 잠
오늘도 하늘의 시계는
흘러가지 않고 있네
- 최승자(1952~)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누군가 문이나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때 떠오르는 시구가 있다. 자크 프레베르가 시 ‘누군가 문을 두드리네’에서 “누구세요/ 아무도 없는데/ 그건 단지/ 너 때문에/ 두근거리는/ 아주 거친 소리로 두근거리는/ 내 마음의 소리일 뿐”이라고 쓴 것이 그것이다. 참 멋지게 잘 썼다. 생겨난 모든 소리는 생생하다. 바깥에서 오는 소리이든 내면에서 울려오는 소리이든. 두드리는 소리는 깨우는 소리이다. 질문하는 소리요, 응답하라는 요구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삶의 생기와 의욕과 진전을 증거를 들어 밝히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에 눌린 듯 무거운 잠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무기력하게, 꺾인 갈대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벽이 된 나의 몸과 마음을 두드리자. 그래서 얼음을 깨듯 나를 깨트리자. 눈보라 가듯 움직여가자. 삶이 무지근한 잠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이 그 속에 생화(生花)처럼 놓여 있다면 말은 달라진다. 알프레드 드 뮈세는 “삶은 잠, 사랑은 그 꿈”이라고 노래했으니 말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지난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 (0) | 2018.02.12 |
---|---|
지금 (0) | 2018.02.05 |
그 손 (0) | 2018.01.22 |
홍옥 한 알 (0) | 2018.01.15 |
멧새소리 (0) | 2018.01.08 |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