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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지가 있는 전북 김제와 부안을 방문하면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야가 나타난다. 도로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직선으로 뻗어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평야지대이다. 광활간척지, 계화간척지 등 여러 곳의 간척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오랫동안 간척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갯벌 간척의 역사가 겹겹이 축적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은 주변에 있는 선유도나 변산과 같은 관광지와는 달리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잊혀진 지역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곡으로 하는 벼문화권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이 농촌에서 살던 농업국가였다. 당시 농촌의 경제 기반은 대부분 벼농사였다. 반만년 이상 벼농사를 지어온 우리 민족에게는 벼농사에 대한 유전자가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도 우리는 농촌경관이나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을 보면 아름답고 풍요롭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연 속에서 하는 휴식과 치유의 중요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네덜란드나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도시인구와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장이나 목장을 치유농업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치유농업이란 농업과 농촌 자원을 활용해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활동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자원을 활용하여 다양한 치유농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목적의 치유농업, 농업을 직업으로 갖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한 농업 교육, 어린이들의 농업체험 활동 지원, 도시민들을 위한 농업 생태관광까지 그 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치유농업을 추진하는 농장과 목장에는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숙소와 교육장 등이 완비되어 있다. 치유농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와 의료보험회사가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병원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목장이나 농장에서 지내는 것이 정신과 육체적 건강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활동이 국가적으로는 농촌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목장이나 농장이 발달한 유럽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치유농업을 위해 가장 좋은 장소가 벼농사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논이 있는 새만금 지역은 이런 면에서 치유농업을 위한 장소로 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최근 우리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라고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어려움은 지역소멸과 농촌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치유농업은 농촌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을 활성화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다. 농촌과 농업자원을 치유농업 자원으로 활용하여 농촌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만금 지역의 장점을 살려 이곳을 치유농업 시범지역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만금을 단순히 쌀만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라 치유농업의 메카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유농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농촌 문제 해결과 활성화를 위한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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