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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의 어원은 들판이라고 한다. 파생어 ‘캠페인’은 들판에서 군대가 전개하는 공격작전을 뜻하다가 점차 조직적으로 벌이는 운동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시방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들판’에서 승리를 향해 ‘공격작전’을 펼치고 있다. 박빙의 승부라 공격의 날은 더 거세질 것 같지만 말을 무기로 싸우는 것이고 마감시간이 있어 작전은 종료될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진짜 전쟁이다.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일촉즉발 대치 중이다.

20년 넘게 장기집권해온 푸틴에게는 소비에트연방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고 러시아의 옛 영화를 찾으려는 원대한 꿈이 있다. 새로운 동맹관계를 만들어 미국을 밀어붙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야심이 가능해 보이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대 생산국이며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푸틴이 취하는 모든 정치적 행보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를 젖줄 삼아 과열된 경제성장을 해온 중국은 러시아와 이해관계도 맞고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와중에 러시아를 믿지 못하는 우크라이나는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시도하면서 싸우고 싶어 근질거리는 푸틴의 뇌관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살고 있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기대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여러 가지 예속관계가 얽힌 다이내믹 속에 놓여 있다. 에너지, 기후, 지정학이 바꾸는 새로운 패권지도 <뉴맵>의 저자 대니얼 예긴은 마치 예언자처럼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고하였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5200만명 인구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석유 수입국이며 천연가스 수입은 세계 3위, 석탄 수입은 세계 4위인 나라이다. 현재 경제 규모에 필요한 에너지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풍력과 태양광, 수력 및 바이오매스를 포함한 재생에너지 자원의 비율은 더 증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기술만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배터리와 연료전지, 수소를 비롯한 신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으니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패권의 지도를 잘 보고 길을 잃지 말라는 당부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수출로 돈을 버는 우리나라에 강대국들이 자원을 무기로 자기편에 줄설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제갈공명, 조조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기후환경, 에너지전환 정책들은 단답형이다. 에너지 문제를 신재생이냐 원전이냐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곧 제20대 대통령이 탄생한다. ‘들판’에서 ‘군사작전’하듯 공격 무기를 겨누는 것은 선거까지의 일이다. 새 정부가 캠프처럼 작동되어서는 안 된다. 당선자는 지지한 유권자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책임지는 최고통수권자다. 탄소감축은 문재인 정부의 어젠다가 아니라 지구 차원의 생존 문제고,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무역장벽이다. 기후환경 문제는 정파를 초월한 인류 공통의 어젠다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다.새로운 패권지도 ‘뉴맵’에 눈 밝은 새 정부를 기대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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