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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노동자의 심장인 민주노총을 짓밟았다. 민주노총 1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와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이유로 들어 일요일 도심 한가운데에 5500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벽을 부수고 현관문은 무력으로 간단하게 깨버렸다. 언론사 사옥을 보란 듯이 짓밟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급습했다. 경찰들은 막무가내로 1층에서 17층까지 모조리 부수며 진입했다. 그들은 조합원을 끌어냈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 얼굴에는 최루액을 쏴댔다. 


민주노총이 세들어 있는 건물의 건물주인 경향신문사엔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위치한 경향신문사 방향으로는 하루 종일 통행이 불가능한 불통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작 검거하겠다던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 정권에 등을 돌린 민심이 보호해주고 있어 검거되지 않았다. 일요일 한낮에 병력 수천명을 풀어 작전을 벌였다가 실패한 경찰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주어만 바꾸면 국민의 입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줄곧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개입으로 1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대통령이 할 소리는 아니다. 


민주노총 차량봉쇄(출처 :경향DB)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으로 촉발될 민영화를 막기 위해 오늘로 16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란 말만 반복할 뿐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은 마련도 하지 않았고 사실상 파업 진압 강경몰이만 일삼고 있다. 이제 철도파업은 민영화 문제를 넘어 박근혜 정부의 속살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겁박과 굴복을 강요하고 불통을 자신들의 통치철학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불편해도 괜찮다며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국민을 종북으로 만들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촛불을 들며 호소해도 정부는 귀를 아예 틀어막고 있다. 국민들이 참을 수 있는 임계점이 넘어갔다. 민주노총이 사무실을 침탈당하는 그 시간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더 이상 짓밟히지 않겠다며 맨 앞에서 싸우는 민주노총과 함께하겠다는 얘기를 쏟아냈다. 


예년과 다른 파업 여론이다.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번 총파업이 민주노총만의 파업이 아닌 이유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2년차였던 2009년 1월을 기억한다. 용산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국민적 저항으로 맞서질 못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쌍용차 노동자들이 1980년 광주 현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잔인한 폭력으로 진압됐다. 국가가 ‘이래도 되는구나’ 하게끔 허용한 우리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자 국가 폭력은 스스로 진화해 전국에 공포를 심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체념하고 침묵하는 게 일상이 됐다. 국가 폭력이 행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러나 밀양이 그렇고 강정의 고통이 그렇듯이 저항의 힘도 만만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삼성의 최종범과 한진중공업의 최강서는 죽음으로 항변했다. 손발 묶은 겁박의 쇠사슬을 뜯어내지 않고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버리지 않는다면 괴로움은 연장된다고 그 두 사람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민들 입에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이야기가 국민총파업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출처 :경향DB)


최근 대학가 벽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가정집 주방에도 붙고 있다. 답답했지만 말 못했던 이들이 드디어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있다. 막혔던 말의 길이 열리자 이곳저곳에서 하소연과 분노가 만들어진다. 실종된 민주주의를 찾아나섰고 국가가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묻는다. ‘너희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국가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출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철도노조 파업이 밑불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총파업으로 일어서겠다고 한다. 12월28일, 우리는 가정과 직장에서 여성과 남성, 학생과 어르신들이 국민총파업을 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민을 우습게 보는 박근혜 정부에 국민총파업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고통의 시간을 반복할 것인가, 끝낼 것인가. 12월28일, 국민총파업으로 나가자!


이창근 | 쌍용차 해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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