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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셜미디어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충돌을 면하니 상대 차량 운전자가 운전 중 몬스터 잡는 게임을 하다 넋을 놓았다는 말을 듣고 생전 안 하던 욕이 튀어나왔다고 하네요. 요즘 너무 많은 사람들이 폰 화면에 빠져 사는 듯합니다.

저도 한때는 폰 화면에 눈을 못 떼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어 멈춰 비킨 뒤에야 폰을 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걷는 도중에 수많은 이들과 폰 때문에 접촉사고를 많이 겪습니다.

이십여년 전에는 전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킬링타임’으로 무가지만 뒤적거렸습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애들은 폰만 본다’던 어르신들도 요즘 스마트폰 삼매경입니다. 이쯤 되면 바보상자라 부르던 TV는 구식이고, 요즘은 바보판(板)에 모두 넋을 잃고 사는 듯합니다. 주마간산이라는 말은 모두 잘 압니다. 그러면서도 홍수 같은 정보들 속에 정보가 아닌 것을 정보라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주마간산의 간(看)은 눈(目) 위에 손(手)을 얹고 멀리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실 멀리 보지 못하고 그저 코앞의 화면에만 매몰되어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생각하고 되새김하지 못하면 그건 정보가 아니라 한낱 데이터겠죠. ‘내 것’이란 멈추어 곱씹어야 소화되고 체화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Information’이란 자기 Form에 들이는 것일 듯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깊고 먼 자기만의 시선 말입니다.

사람들은 대화 중에도 ‘까똑’ 소리에 딴짓에 빠지고, 바보상자를 보면서 바보판도 들여다봅니다. 자기만의 굳은 줏대가 필요한 게 지금 아닐까 합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속도를 줄여야 비로소 폭넓게 볼 수 있습니다. ‘폰생폰사’ 수박 겉핥기가 아닌, 나의 구심점으로 세상을 걸러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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