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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이 노구솥더러 밑이 검다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큰 허물은 보지 못하고 남의 사소한 허물만 본다는 뜻이지요. 가마솥은 매일 밥하고 때론 군불도 때기 때문에 그을음으로 밑이 아주 시커멀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노구솥은 천렵이나 나들이 갈 때 챙겨가는, 부뚜막에 얹히지 않은 솥입니다. 그럼에도 가마솥은 어쩌다 불 때는 노구솥더러 밑이 검다고 흉을 볼까요? 그것은 가마솥 자신의 밑이 아궁이 안에 들어가 있어 자기 흉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속담으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도 있습니다. 똥을 먹은 개는 입가에 묻은 게 거의 없지만, 겨를 먹은 개는 주둥이에 잔뜩 묻어 표가 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더러울까요? 똥 먹고 입 씻은 주둥이는 깨끗하다지만 뱃속은 과연 어떨까요?

요즘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남을 손가락질하면 세 손가락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남을 흉보기에 앞서 자신은 그렇지 않은지 삼사일언(三思一言)하듯 세 번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남의 흉이 한 가지면 제 흉은 열 가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을 가리키려던 손가락은 똑같이 자신을 가리킬 손가락이 될 것입니다. 남을 비난하는 것은 그 사람을 바꿔보겠다는 데 목적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사람의 어떤 행동,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그 사람 자체가 싫다고 어떻게든 표출하고 싶어 애태운 속내일 테지요.

<속담 인류학>에서 요네하라 마리는 말합니다. “사람은 웃다가 생각을 고치지, 설득당해서 생각을 고치는 경우를 나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비난은 욕과 같고 욕먹고 드는 마음은 반발심뿐입니다. 아무리 논리로 포장해도 비판과 설득을 가장한 비난의 밑바닥은 늘 시커멓습니다. 남의 흉을 들출 때마다 시커먼 자기 밑바닥만 고스란히 들춰 보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그 돌 내려놓으세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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