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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에 찬 눈망울에 발목까지 닿을 듯한 노란색 머리, 그리고 검은 옷.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가진 여주인공 ‘메텔’의 모습이다.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가 들리면 소년들은 메텔과 철이를 보기 위해 브라운관 앞으로 모였다.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지 않고 광활한 우주 공간을 달리는 공상과학 만화영화. 만화의 마력에 성인들도 은하철도의 탑승객이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는 포장만 어린이용이다. 살인과 배신, 복수, 사랑과 이별, 인간과 기계, 미래에 대한 고뇌 등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이 만화영화는 서기 2221년 우주열차가 은하계 끝까지 운행할 수 있는 시대를 그리고 있다. 지구는 기계인간과 육신인간이 사는 곳이다. 돈이 있는 자들만이 영생의 길인 기계인간을 택할 수 있었다. 빈민 출신 철이는 기계백작에게 어머니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고 복수의 길을 떠난다. <은하철도 999>는 기계화로 전환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을 무료로 기계 몸으로 개조해 준다는 안드로메다까지 가는 열차다. 철이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아무리 유한한 인생이더라도 육신을 가진 보통인간으로 살겠다”며 기계인간이 되기를 포기한다. <은하철도 999>는 철이의 여행에서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신비에 둘러싸인 메텔의 존재 등 수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었다. 메텔이 입은 검은 옷은 여행 중 죽음을 당한 생명에 대한 애도의 표시이며 999는 아직 여행이 미완성이라는 것 등이다.
<은하철도 999>는 1977년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79)가 소년만화잡지 ‘소년킹’에 연재한 만화다. 1978년 후지TV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으며 한국에는 1982년 전파를 탔다. 만화가 등장한 지 17년이 지난 1996년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다고 한다. 그가 지난 26일 한국에 왔다.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을 맞아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원화 전시회를 기념해 방한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화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다음과 같은 독백에 답이 있지 않을까. “<은하철도 999>는 꿈으로 가득찬 소년들의 마음속을 달리는 기차다…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생겼다 사라지는 내일을 향한 꿈.”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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