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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오(烏)자는 특이하게도 다른 새들의 한자와 달리 새 조(鳥)자를 부수로 달지 않습니다. 까마귀는 부리부터 깃털, 발까지 온통 검기 때문에 좀 떨어져서 보면 눈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새 鳥에서 눈에 해당하는 점 하나를 빼 까마귀 烏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온몸이 검은 탓에 오지자웅(烏之雌雄)이란 말도 생겨납니다. 까마귀는 암수 구별도 어렵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뜻 안에는 까마귀는 불길하다는 인식과 함께, ‘옳고 그름을 분별할 거 없이 그놈이 그놈’이라는 숨은 뜻을 가지게 됩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속담이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형편없는 밥에 올라오는 반찬이란 돌고 돌아도 결국 그런 나물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원래는 서로 격이 어울리는 것끼리 짝을 이뤘을 때 썼던 말이지만, 언젠가부터 ‘그놈이 그놈’,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맹자가 위(魏)나라에 들렀을 때 양혜왕(梁惠王)이 그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정말 열심히 다스렸음에도 다른 나라에서 이 나라로 살러 오는 이가 없어 백성이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맹자가 말합니다. “전쟁터에서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던 병사들 중 50보 도망친 이가 100보 도망친 이를 비웃는다면 어떻겠습니까?” “둘 다 똑같은 놈들 아니오.” 이에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하신다지만 전하 자신의 나라를 위해 하신 것이라면 다른 왕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말에 양혜왕이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은 모두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하는 이도 많을 것입니다. 믿는 대로 보이는 색안경을 벗고,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인을 고를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도 나라도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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