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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분야에서 판매의욕만 앞선 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가 파는 상품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객이 이용 중인 경쟁사 상품의 단점을 열거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 영업사원은 상품을 팔지 못하고 물러납니다. 그는 자기 상품이 여러모로 경쟁사 상품보다 월등해 보이는데 왜 고객이 넘어오지 않는지 의아해합니다.

만약 그가 노련한 사람이었다면 경쟁사 상품의 단점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않고 오히려 여러 장점들을 칭찬했을 것입니다. 고객은 이미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상품의 단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이용하는 상품의 장점을 칭찬하면 과거 이용자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존중을 받은 느낌이라, 영업사원에게 친근함과 신뢰를 느끼며 이쪽 상품에 깊은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요즘 ‘디스(diss)’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경멸하다, 업신여기다’라는 사전적 의미와 더불어 상대를 깎아내린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그런데 이 디스가 너무 지나치거나 인신공격성을 띠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추락합니다.

‘남 잡이가 제 잡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려다 보면 자신도 같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같은 속담으로 ‘남을 물에 넣으려면 저부터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을 깎아내릴 때는 자기 평판부터 먼저 떨어질 각오를 해야 합니다.

선거 때면 간혹 일부 후보들이 매력적인 정책 제시보다 경쟁 후보 흠집 내기에 더 열중하곤 합니다. 강점보다 결점이 더 인상에 남는 심리를 이용한 네거티브(negative)로 상대의 강점과 정책을 물타기로 묻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앞서 자기 쪽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 쪽 약점을 계속 들춰댄 영업사원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딱 하나뿐일 겁니다. 재방문의 기회조차 잃어버렸다는 사실 말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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