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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매년 4월이면 노란 리본 공작소를 열어 점심시간마다 학생들과 리본을 만들었다. 노란 리본을 만드는 일은 사소한 행동 같지만 놀기 바쁜 점심시간에 스스로 찾아와 노란 리본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순간과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행동에 담긴 의미는 사소하지 않다. 공감하고 기억하겠다는 무언의 의지를 서로에게 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미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민주시민이다. 참여와 실천은 다양하다. 지역에서 연 세월호 1주기 추모제 때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플래시몹에 참여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이 들리자 학생들은 페이스북에 소식을 공유하며 댓글에 노란 리본 달기가 한창이었다. 요즘은 다가오는 3주기를 맞아 ‘#세월호를잊지마세요’ 캠페인에 참여하고 노란 리본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과연 세월호 참사 이후 학생들이 갑자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민주시민이 된 것일까. 국가교육과정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가 민주시민을 기르는 민주적 공동체인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기르는 학교는 학생·교사·학부모·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민주적인 학습공간이어야 한다.

목포신항만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에 노란리본이 매달려 있다. 김영민 기자

첫째, 학생들이 접하는 일상적 학교문화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문화여야 한다. 일상적 분위기, 교직원 문화, 교실문화, 학생자치문화, 학부모 문화 등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민주적 학교공동체에서는 민주시민인 학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주체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도 민주적 자세를 배운다.

둘째, 학생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한다. 사회나 역사 등 교과수업이나 범교과주제로 배우기도 하고, 동아리 활동, 체험학습 등에서도 민주주의를 배운다. 특히, 학생들이 질문하고 참여할 수 있는 수업,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수업, 친구와 협력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있는 수업,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수업이 민주시민 의식을 함양한다. 이를 위해 3월에 같은 학년을 가르치는 교사들과 함께 수업에서 존중할 경청, 협력, 배려, 도전, 질문의 가치를 정해서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나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삶과 맞닿은 텍스트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을 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복합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보려 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품격을 키운다.

셋째, 학생자치활동이 활성화돼야 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표현하는 학급회의, 대의원회의, 학생자치회의가 정례화돼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경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다르다. 학교 안 문화와 수업과 교육과정은 전체적으로 학생들을 민주시민을 기르는 통합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선을 중심에 두고 협력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에서 학생들은 품격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 사회에 나가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꽃이 흩날리는 지금, 학생들은 잊지 않고 공감과 실천의 행동을 기획한다. 그들은 사소하지만 소중한 경험을 만들어가는 노력 속에서 시나브로 시민으로 자라난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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