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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산업재해 예방에 써야 할 안전보건관리비를 빼돌려 공무원 뇌물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우건설 본사는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비리를 파악하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실정이니 산업 현장에서 후진국형 재해가 끊이지 않고 국제기구 조사 때마다 한국의 부패 순위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비를 일정 비율 이상 도급액에 반영하고 다른 용도로는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2015년 8월 완공한 광교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에서만 안전관리비 등으로 1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비자금 집행 내역을 보면 안전점검·단속·재해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근로감독관에게 총 2400만원이 건네졌다. 광교 공사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 등으로 3명이 사망하고 부실시공 논란으로 현장소장이 자살하는 등 잡음이 많았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써야 할 안전관리비가 결국 노동부 공무원 매수에 사용된 것이다.

9일 서울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앞에 ‘반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듯 좌회전 금지 도로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대우건설은 수원 광교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써야 하는 안전관리비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심지어 타워크레인 사고 후 현장소장에게 부과된 벌금 200만원도 안전관리비에서 지출됐고, 유족들의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해 사망 인부 조의금으로도 300만원이 사용됐다. 철근이나 콘크리트 품질을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감리단에도 뒷돈이 쥐여졌다. 현장소장이 작성한 서류에 따르면 감리단에 명절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520만원이 건네졌다. 공사현장의 문제점을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한 사이비 기자들에게도 1050만원이 지출됐다. 그 밖에 경찰 200만원, 소방서·시청 등에 200만원이 건네졌다.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전 대우건설 직원이 “현장소장 지시에 따라 관행대로 비자금을 만들어 집행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이 같은 먹이사슬식 상납구조가 업계에 고착화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대우건설 본사도 공범이나 다름없다. 대우건설은 2013~2014년 경기 용인·동탄 등 8개 공사현장의 안전관리비 계좌를 표본조사했다. 그 결과 8곳 모두에서 비자금 거래가 드러났지만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당초 계획했던 전수조사도 포기했다. 대우건설 광교 공사장 비리는 현재 수원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안전관리비가 건설업체 비자금으로 둔갑해 감독 공무원들 손에 뇌물로 쥐여지는 만큼 노동자들의 산재와 건물의 부실시공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전관리비 비리를 뿌리 뽑는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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