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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속담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간다’가 있습니다. 

이 말은 원래 ‘제비가 친구 따라 강남 간다’였을 겁니다. 한강 남쪽도 강남역도 아니니까요. 여기서의 강남은 중국 양쯔강 아래 강남(江南)입니다. 

음력 3월3일 삼짇날 무렵 찾아온 제비는 9월9일 중양절 무렵 3만㎞ 떨어진 강남으로 다시 날아갑니다. 시속 90㎞로 빠르게 나는 제비라도 보름거리가 넘지요. 보통의 철새들은 다 함께 출발합니다. 그런 철새들과 달리 제비는 떠나는 시간과 날짜가 제각기 다릅니다. 저 집 제비들은 어제 떠났는데 이 집 제비는 아직이더니 옆집 제비들이랑 비비대다 같이 떠납니다. 그런 식으로 제비는 몇 마리씩 따로 출발합니다. 그러곤 어느 ‘만남의 광장’에 도착해 소규모로 뭉치고, 다시 남쪽 바닷가에서 다시 대규모로 떼를 지어 드디어 바다를 건넙니다. 그걸 알 리 없던 옛사람들은 다른 집 제비가 떠나니 허전해서 따라가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두 가지로 쓰입니다. 하나는 친구가 좋아서 무엇이든 함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끌려서 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씁니다. 싫지만 따돌림당할까 봐, 괜히 눈치 보여서, 아니면 겁쟁이로 보일까 봐 반강제로 같이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남이가!” 죽이 맞던 친구들이 나중에 사달 나면 남보다 더 못합니다. 뭉쳐 다니면 대개 탈이 납니다. “너네 그거 해봤냐?” 하면 나만 안 해본 겁쟁이일 수 없어 스스로 따라 하니까요.

옛 서울은 강북까지였습니다. 한강 밑이면 다 강남이었죠. 친구가 하니 따라 하고 패거리 믿고 같이하다 유배든 좌천이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신세 망치고 탓하지만, “누가 시켰냐?” 친구 따라 너무 멀리 간 제 탓입니다. 강남엔 교도소가 많습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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