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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일이 청명(淸明)이고 6일은 한식(寒食)입니다. 청명은 양력인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 대략 양력 4월5일 무렵에 옵니다. 그리고 한식은 음력 날수로 꼽지만 스물두 번째 절기이자 양력인 동지(12월22~23일)로부터 105번째 날로 정한지라 양력인 청명과 늘 하루 차이 아니면 같은 날에 오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속담이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입니다. ‘업어치나 메치나’와 같은 속담이죠. 

조선 중기까지는 한식 날짜가 청명보다 앞에 왔습니다. 그러다 17세기에 더욱 정확한 역법을 새로 만들면서 청명 날짜가 한식 앞에 오게 됩니다(그러니 이 속담은 조선 후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역법이든 신역법이든, 하루 먼저 죽든 하루 더 오래 살든 그게 그거란 말입니다.

흔히 네오내오없다고 할 때 피차일반이라는 말을 씁니다. ‘일반(一般)’은 하나의 경계, 같고 뻔한 바운더리(boundary)라는 뜻입니다. 내가 잘났니 너는 못났니 해봐야 나나 너나 거기서 거기죠. 돈 좀 있고, 아파트 평수 더 넓고, 사짜돌림이면 으레 자기들끼리 모이게 마련입니다. 그런다고 누가 뭐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 아닌 데서도 잘난 양 목 뻣뻣하고 눈 게슴츠레 내려다보면 상것도 그런 상것이 없지요.

언론에 많이 알려진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휴거(携擧·예수 재림 때, 구원받을 이를 하늘로 올리다)와 우연찮게도 동음이의네요. 굳이 ‘휴’로 시작되는 아파트 브랜드로 말 만들어 영역 구분한 그게, 과연 아이들이었을까요? 어차피 같은 학교 보내는 처지이고, 아파트 시세 따라 울고 웃는 고만고만한 바운더리입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어렵듯 고작 집 한 채 가지고 무게 잡는다면, 청명에 죽든 한식에 죽든 똥집 무거워 어떤 휴거인들 죽어도 못 들어갈 겁니다.

<김승용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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