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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씻기’는 연례행사처럼 트위터에서 논란이 된다. 요약인즉슨,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손을 씻지 않는 사람이 적잖다는 것인데, 특히 입식변기에서 소변을 본 남성들이 마무리로 손을 물로도 씻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내부고발’에 여성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변을 보고도 손에 배설물이 묻지 않았으므로 손씻기를 생략하는 이도 있다는 증언에 트위터 타임라인이 비위 상한 사용자들의 헛구역질로 며칠에 걸쳐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장실에서 씻지 않은 손으로 과자를 나눠주며 권하는 직장 동료, 연인의 손을 잡는 사람, 대중교통 손잡이를 잡는 승객, 타인을 만나 악수를 나누는 사업가의 일화가 끝도 없이 펼쳐지자 평소 손씻기를 일상화한 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왜 손을 안 씻는 건데?’ 손에 물이 묻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한 노동자는 “카페 화장실 청소하는데 여자 화장실은 도브 비누로 바뀌었지만 남자 화장실은 아직도 오이비누”라고 주장했다. 손씻기 문화는 시설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음식점인데도 화장실에 달랑 변기만 있을 뿐 제대로 손을 씻을 세면대나 비누조차 갖추지 못한 곳들도 적잖다는 것이다. 특히 손씻기를 생활화해야 할 중·고등학교부터 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비누를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불편한 경우도 있다.

 

화장실 청결문화도 파생주제로 언급됐다. 남성이 서서 소변을 볼 경우 소변 방울이 튀어서 화장실 위생관리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뚜껑을 덮지 않고 수세식 변기의 물을 내릴 경우 배설물의 보이지 않는 ‘토네이도’가 화장실 사방에 튀고, 칫솔에서 대장균이 발견되는 위생적 위기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자신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소변이 옷에 튀면 상당한 악취가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남성들에게도 좌식 용변을 권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년에는 이 ‘손씻기’ 주제를 안 만날 수 있도록 대한민국 5000만 사람이 모두 손씻기를 생활화했으면 좋겠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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