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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이 지났다는 사실을 건네 들으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그새 6년이나 지났단 말이야? 그가 슬프게 우리를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야당발 뉴스에서 인물이든 개념이든, 가장 많이 호명되는 단어로 남아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와 친한가 아니면 그와 친하지 않은가, 그렇게 규정된다.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칭하든 혹은 언론에 의해서 규정된 프레임이든, 그와의 친소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의 자살도 비극적이지만, 그의 사후에 벌어진 일들 역시 비극적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그 비극이 6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희극 그것도 극단적인 희극으로 자기 완결성의 형태를 가지게 된다는 것 아니겠는가 싶다. 기호학자 움베르트 에코의 두 번째 소설이자 영화로도 만들어진 <장미의 이름>은 사라진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곡론 2편이 아랍지역을 거쳐 다시 유럽에 등장하게 된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중세 통치의 핵심에 들어가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1편인 비극만이 아니라 2편인 희극, 코미디도 저술하였다는 것은 종교 근본주의 시대의 근간을 흔들 정도의 불온한 사건이다. 그래서 희극편을 읽으려고 했던 수사들이 한 명씩 살해되는 과정이 소설의 근간이다. 노무현 서거라는 비극적 사건은 처음 몇 년간은 비극으로, 그리고 그 후 몇 년은 친소 관계로 모든 야당 인사를 규정하는 희극 사건으로 전개되어 가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든 계층을 대표하든 혹은 전문성을 대표하든, 무엇인가 대표하며 자신의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서 있는 최고위급 정치인들에게 기껏 우리가 물어보는 것이, 그와 친해? 안 친해? 친한 것도 계급장이고, 안 친한 것도 계급장이다. 역으로 보면, 친한 것도 낙인이고, 안 친한 것도 낙인이다. 코미디를 둘러싼 메타 구조가 트라제디, 비극인 것은, 우리와 언론이 이 ‘친소 놀이’를 하는 동안에 새누리당의 영구집권 구조가 더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친하면 어떻고 안 친하면 어떠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출처 : 경향DB)


경제의 눈으로 보면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의 공과는 비교적 뚜렷하다. 농민 등 많은 소외계층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같은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반면, 지금 한창 입법 논의 중인 사회적 경제의 기본이 되는 사회적 기업이 그의 임기 막판에 추진되었다. ‘함께 일하는 재단’은 사회적 기업은 물론이고 청년들을 위한 경제 정책의 초기 논의의 산실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이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점점 위기국면으로 들어가고 있고, 어떻게 수치를 왜곡한다고 해도 청년들의 삶은 극한으로 몰리고 있다. 이 새로운 비극성은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포기한 청년들은, 일본처럼 ‘초식남’ 등 결혼 및 연예 거부 문화로 전환되어 갈 것이다. 솔로가 문화가 되어가는 상황, 야당 정치인들이 친해요, 안 친해요,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며 퇴행적이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극의 주인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더 사회에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2년이 지나 새로이 유권자가 될 10대들이 그와 친하겠느냐, 안 친하겠느냐? 잘 모른다고 할 것 아니냐?

지금 돌아보면 ‘노무현 정신’은 상고를 나와도 행복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자는 것 아니겠는가? 상고 나와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 아니겠는가? 제2, 제3의 노무현이 20~30대에 행복한 세상이라는 정신을 가슴에 품고 ‘개고생’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들이 움직일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자, 그게 2015년의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야 할 것 같다. 노무현과 친하냐 그렇지 않으냐, 그랬던 지난 6년을 넘어, 젊은 사람과 청년들이 과감히 돌파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주체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새롭게 해석한 노무현 정신 아니겠는가?


우석훈 |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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