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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나 소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외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내건 이유는 ‘정치개혁’과 ‘비리 척결’이다. 국민통합형 총리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사정을 이끌 총리를 선택한 것이다. 청와대는 대놓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현직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발탁하는 무리수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정치개혁’을 위한 전방위 사정을 진두지휘할 ‘공안 총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아닌 정권의 보위에만 매몰된 총리 지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황 지명자는 법무부 장관 시절 법과 원칙보다는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법집행에 충실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을 제지하는 등 검찰수사를 방해했다. 이에 반발하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 ‘정권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을 찍어낸 법무부 장관’이란 오명을 남겼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을 주도하고,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이나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에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철저히 따르게 했다. 이러한 인물에게 통합과 소통의 국정을 펼치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이다. 책임총리도 언감생심이다.

21일 새 국무총리 후보자에 황교안(왼쪽) 법무부 장관이 내정됐다. 4월 13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발언대로 향하며 황교안 총리 후보자와 엇갈리고 있다. _ 연합뉴스


황 지명자는 야당과의 관계도 파탄낼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은 야당의 협조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새 총리에게는 국회, 야당과의 소통 능력이 주요 요건이었다. 황 지명자는 거기서 가장 동떨어진 인물이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정치적 사건 처리 과정에서 매번 정권의 보위대로 나서 야당과 충돌해 왔다. 야당으로부터 두 차례나 ‘해임건의안’을 제출받았을 정도다. 야당이 ‘황교안 카드’를 박 대통령의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반발하는 까닭이 있는 것이다.

부패 혐의로 이완구 총리가 물러난 터여서 높은 도덕성이 새 총리 인선의 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컸다. 황 지명자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전관예우, 증여세 탈루, 병역 면제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2011년 공직에서 퇴임한 직후 대형 로펌에 재직하면서 17개월 동안 15억9000만원을 받은 고액수임료 문제로 새누리당에서조차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황 지명자가 ‘비리 척결’의 적임자로 매김되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도덕성을 필두로 국민이 기대하는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하게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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