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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시론]리더십과 특권

opinionX 2014. 11. 10. 21:00

어떤 실패가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반드시 이유가 있다.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호랑이와 개가 카드게임을 하는데 항상 호랑이가 이겼다. 개는 호랑이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해 화가 나서 호랑이에게 물어봤다. “호랑이야, 넌 어떻게 하길래 계속 이길 수 있는 거야? 혹시 날 속이는 거 아니야?” 그러자 호랑이가 말했다. “따로 속이는 건 없는데, 넌 좋은 패가 나오면 본능적으로 꼬리를 흔들잖아….”

어떤 실패가 반복적으로 계속되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나만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 이유 말이다. 악의적인 비난에도 진실이 있으니 억울해도 그것을 객관적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리더가 자신의 특권은 한 치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부하에게 손실을 강요한다면 그것이 받아들여질까? 실패의 이유를 찾다보면 꼭 드러나는 공통적인 것이 하나 있는데 ‘행동을 바꾸지 않고 결과만 바꾸고 싶어 하는 태도’다. 한국의 권력자들, 정치인들을 매번 실패하게 하는 ‘개꼬리’는 무엇일까? 자신들의 특권은 전혀 내려놓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만 손실을 강요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에서 공무원연금 제도를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대통령의 연금 제도를 고치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5년 임기 동안 100조원 이상을 말아먹었다고 평가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연금을 얼마나 받고 있을까? 국고로 매월 1300만~1400만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통령 연금은 대통령 연봉의 90%를 지급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자기 임기 중 연봉의 90%가 아니라 현직 대통령 연봉의 90%를 연금으로 받도록 법을 만들어 놓았다.

얼마 전 국회의원 특권 200가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국회의원을 단 하루만 해도 65세가 넘으면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19대부터 폐지되었다는데, 우습게도 기존의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그 특권을 유지한다. 국회의원들의 연봉은 1억4000만원 정도로 1인당 국민소득의 5배나 된다. 선진국의 경우 많아야 1인당 국민소득의 2~3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연봉도 많지만 수당이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다. 물론 차량유지비나 사무실 운영비는 별도로 받는다. KTX 공짜에 선박, 항공기도 공짜에 비즈니스석이 제공된다. 유럽의 대다수 의원들은 월 500만원 정도의 세비를 받을 뿐이다.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은 전용차도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차량유지비를 받을 수 있다. 면책 불체포 특권도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소위 ‘관피아’ 고위 관료들의 특권은 또 어떤가? 그들은 퇴직 후 산하 공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퇴직 관료가 3년간 정부 산하기관의 장으로 가면 최대 15억원의 급여를 챙길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반칙과 특권이 흐르고 넘친다. 특권층의 특권의식은 무엇인가?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에 자신은 예외라는 생각이다.

새민련의 한 의원이 소방방재청의 국정감사에서 고위직 출신 '관피아'들이 퇴임 후 소방방재청 산하기관에 근무하면서 기관 예산으로 골프대회에 참석하고 뒤풀이 비용까지 후원받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규칙은 너희들만 지켜. 나는 특별한 존재니 예외야.” 이런 태도는 사회적 통합을 깨고 신뢰를 해친다. 그로 인해 협력적인 보통 사람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져야 하는 부담은 점점 커진다.

특권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이 특권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은 망국의 가장 큰 조짐이다. 그런 비뚤어진 의식은 우리 사회를 황폐하게 한다.

정치인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될까? 리더십은 인기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십은 특권이나 지위가 아니라 책임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제인의 종말>에서 이런 말을 했다. “특권층은 희생을 치러야 할 첫 번째 계급이다. 더 많이 누리는 특권층은 더 많은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과 정치인, 고위 공직자는 특권부터 내려놓아라. 리더십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강백 | 아시아 공정무역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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