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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은 OOO데이!” 동그라미에 들어갈 말로 알맞은 것은? 이 문제를 수능에 낸다면 정답 시비로 또 한번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를 것이다. 왜냐하면 대다수는 길쭉한 과자 이름으로 정답을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업의 ‘데이 마케팅’ 덕분에 현대인이라면 일정한 날엔 뭔가를 소비하고 기념해야만 한다. 그러나 해답은 ‘광고의 날’ 또는 ‘농민의 날(또는 가래떡 데이)’이다.

‘광고의 날’은 1973년 만들어졌다. 이후 1992년부터는 11월11일을 ‘광고의 날’로 기념하는데 광고가 쭉쭉 잘 자라나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산업화시대에 광고는 우리 내수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매년 높은 성장률과 고용 등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해왔다. 사회,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일부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국민의 삶과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순기능을 수행해왔다. 아울러 광고와 홍보, 마케팅은 새로운 산업과 학문 영역으로 발전해 나갔다.

덕분에 우수한 인재들이 광고산업에 진출해 기획력과 크리에이티브로 국내 소비시장의 크기를 키워왔다. 또한 대형 스포츠 행사, 다양한 국제 이벤트,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광고를 산업에서 문화로 발전시켰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높이 인정하고 있으며 ‘광고한류(K-AD)’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이 저성장·저고용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는 주주자본주의는 광고산업을 실적 위주의 노동집약산업으로 떨어뜨렸다. 이미 성숙기 시장으로 접어든 국내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로사회와 소진사회의 대표적인 분야로 광고산업이 꼽힌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기능을 하는 지식산업임에도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이 요원한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더욱 거세진 미디어의 융복합, 그리고 소비자의 패러다임 변화 등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녹록지 않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정부는 묶여있는 돈을 움직여 투자와 소비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창조경제라는 엔진이 제대로 점화돼 출력을 높이려면 휘발력과 폭발력을 가진 광고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를 내세운 샴푸 광고 (출처 : 경향DB)


광고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첫번째 단초는 광고산업의 핵심이 되는 인재양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관·학 협력강화가 절실하다. 예컨대 인턴십 기회를 통해 기업의 문호를 활짝 열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로써 중소 광고회사는 고용의 기회를, 예비 광고인에게는 경력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학계는 변화하는 미디어와 소비환경에 맞춰 교육을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창조경제를 정보통신기술에서 찾는 것은 찬성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전부인 광고, 그리고 사람의 무한한 창의력이 바탕이 되는 광고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에 대한 투자, 그리고 광고산업에 대한 재인식은 창조경제의 출발이다.


이희복 |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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