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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콘서트]“진보 드림팀이 불량·무능정권 교체”

2011 03/08주간경향 915호
ㆍ‘탁현민 시사콘서트’ 출연 조국 교수 - 선대인 부소장 ‘리허설 대담’

두 사람은 유쾌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고, 미래를 개척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 같은 힘이 있다. 두 사람은 동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법학 분야에서 사랑받는 학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부동산과 경제 문제를 시원하게 풀이해주는 연구원으로 살고 있다. 희한하게 이름도 독특한 두 사람이 <주간경향>과 탁현민 P당 대표가 함께 하는 ‘탁현민의 시사콘서트’ 두 번째 강연자로 초대됐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와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다. 시사콘서트 출연에 앞서 <주간경향>이 두 사람을 만나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요즘 가장 ‘핫한’ 두 사람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2012년 진보적인 정권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 교수(왼쪽)와 선대인 부소장


두 사람이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탁현민의 시사콘서트’가 어떤 형식인지는 알고 있나.
조국(이하 조) : “탁현민 교수를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문화활동을 많이 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와 탁 교수가 활동영역이 다르지 않나.(웃음) 아직도 시사콘서트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선대인(이하 선) : “나도 그렇다.(웃음) 강연은 진지하게 해도 된다고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 우리 강연 전후로 콘서트가 열린다는데, 어떤 분위기가 나올지 궁금하다. 시사콘서트가 특별한 강연 형식인 것 같다.”

조 : “대부분의 강연은 우리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시사콘서트라는 방식은 생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지난달(1월)에 선 부소장과 함께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로 함께 강연을 하게 됐다. 잘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나. 미국에서 처음 봤던 것 같다.”

선 : “내가 일간지 기자를 그만두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 중일 때 조 교수는 하버드대 동아시아 연구소 초빙교수로 왔다. 다른 교수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거기에서 조 교수를 처음 봤다. 조 교수는 당시에도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하면서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분을 이역만리에서 만나니까 너무 반가웠다.”

조 : “그때 선 부소장의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학생의 신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전직 기자의 딱딱함은 별로 없었다. 선 부소장이 책을 낸 것을 읽어보면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증과 논거에 기초해서 대안을 내놓는 것도 좋았다.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선 : “지난해 초 조 교수 연구실을 방문한 것은 기억하나. 당시 조 교수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

조 : “선 부소장은 경제라는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일정 수준의 독자라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놀랍다. 원래 경제학은 ‘정치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와 경제학이 떨어진 상태다. 선 부소장이 정치와 경제의 결합을 다시 시도하는 것 같다. 대학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선 부소장의 활동을 보고 반성해야 할 게 많다.”

선 : “너무 띄워주는 것 같다.(웃음) 조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외모도 멋있는데, 글까지 멋있다. 글 속에 멋이 지나치면 내용이 빈약한 경우가 많은데, 조 교수의 글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한다. 조 교수는 글 속에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조 교수의 매력에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웃음)”

두 사람이 요즘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의 말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부담되지 않나.
조 : “우리는 정치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도 정치적인 행동일 뿐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랑할 게 아니라 잘못하는 일이다. 법과 제도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법이 어떻게 해석되고 집행되는지 연구하는 것이 정치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선 : “조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다녔던 케네디스쿨은 공공정책 대학원인데, 공공분야의 리더를 키우는 학교다. 공적인 가치를 사회에서 구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다. 일간지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정치 혐오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정치를 경원시하지 않는다. 정치는 공공서비스를 위한 책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조 : “내가 하는 일은 사회과학인데, 가치중립적인 것이 없다. 오히려 가치지향적인 일이다.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영향을 주는 행위다. 그런데도 학자에게 ‘학문을 하든지, 정치를 하든지’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미국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칼럼을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을 욕한다.”

선 :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경원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탐욕스러운 사람만이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조 교수의 말대로 ‘앙가주망’(현실참여)은 정치적인 행위를 동반하지 않아도 양심있는 지식인이라면 해야되는 의무다. 조 교수는 요즘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는가.”

조 :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포병’과 ‘보병’을 예로 들면서 나는 진지에서 보병을 도와주는 포병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인으로 살지는 않겠지만,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치적인 역할은 하겠다는 뜻이다. 선 부소장은 정치활동을 할 생각인가.”

선 : “한국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게 내 인생의 목표다. 현재는 내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를 키우고, 재벌 광고에 눈치보지 않는 경제 미디어를 출간하고 싶은 게 목표다. 내 역할도 조 교수처럼 포병이 맞는 것 같다. 다만 조 교수는 포병 역할만 한다고 했지만, 나는 공공서비스를 위해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 보병 역할을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 : “선 부소장은 보병 역할도 잘할 것 같다.(웃음)”

선 :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웃음) 우선은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을 뿐이다.” 

4월 재·보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두 사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바라보나.
조 : “지난해 6월 지방선거보다 4월 재·보선 야권 연합이 더 어려울 것이다. 지방선거 때는 야권이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지적 낙관’이겠지만, 야권 모두 연합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 “현실적으로 야권 연합이 되느냐 마느냐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이명박 정부는 가장 ‘불량한’ 정부다. 대다수 서민을 경제적으로 핍박하고, 나라의 빚을 폭증시킨 정부다. 공정사회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반대로 치닫는 정부다. 빨리 끝내야 할 정부라는 것을 모두 인식해야 한다.”

조 : “나는 이명박 정부를 ‘무능한’ 정부라고 이야기한다.(웃음) 정치도, 경제도 무능하다. 국정원도 엉망이다. 구제역도 그렇다. 이 정부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불량·무능정부는 국민적인 불행이다. 치사한 정권이기도 하다. 하는 일마다 치사하다. 바꿔야만 한다.”

선 : “조 교수가 말한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한 정당 안에서 불가능하다면 모든 진보세력 안에서 최고의 인재 풀을 뽑아서 현실적으로 여당과 경쟁하면 될 것 같다.”

조 : “연립정권 없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 세력을 구성할 때 실력에 따라 대표선수를 뽑아야 한다. 지역이 아니다. 저쪽에는 박근혜라는 막강한 미래권력이 존재한다. 야권의 대권후보라는 사람들은 지지율이 10% 이하다. 지금처럼 박근혜 대 야권이 싸우면 지게 된다. 팀으로 가야 한다. 야권 후보는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지경부 장관은 누구, 국방부 장관은 누구다’라는 식으로 진용을 짜서 박근혜와 상대해야 한다.”

선 : “박근혜 전 대표는 거대 권력이다. 야권은 난쟁이들이다. 조 교수의 말대로 야권의 연대가 필요하다. 다만 야권이 연합에만 치중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책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 노력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나에게 2012년 대선은 정말 절박한데, 조 교수는 어떤가.”

조 : “마찬가지다. 2012년은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동시에 바뀌는 해다. 입법과 행정이 바뀌면 사법권력도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때 정권을 바꾸지 않으면 5년을 더 견뎌야 한다. 사람들이 패배주의에 빠질 수 있다. 불량·무능 보수가 권력을 다시 잡으면 곳곳에 사람을 심어서 권력과 이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포기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이번 시점에 어떻게든지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

선 : “동감한다. 2007년 대선 결과를 보고 지인들에게 ‘배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식’이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현실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된 선진국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나마 진전된 것을 짓밟으면서 악화시켰다. 410조원의 공공부채가 폭증했다. 2010년대는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에게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필요하다. 정권교체가 필수적이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65년 부산 출생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법학대학원 법학박사
한국형사법학회 정암형사법학술상 수상(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저서는 <진보집권플랜> <보노보 찬가>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등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1972년 부산 출생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공정책 석사
동아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선정 이달의 기자상 4회 수상
저서는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프리라이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등


<글·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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