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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일부터 5일까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했다. 사실 학교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정규직, 그중에서도 전문직이 되기를 기대하며 공교육의 현장에 보내지만, 아이들은 비정규직이 지키는 학교 정문을 지나, 그들에게 수업을 듣고, 그들이 만든 밥을 먹고, 다시 4대보험도 보장받지 못하는 보습학원의 강사들을 만나러 간다. 

역설적으로 초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다시 대학원으로 올라갈수록 그 비정규직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진다. 아무리 간편한 노동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지만 학교가 그러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오히려 앞장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나는 내가 속한 단톡방에서도 그렇고 여러 커뮤니티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하는 일은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먹는 일’이어서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학부모들의 걱정이 컸다.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데 대한 번거로움과 아이들이 빵이나 라면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런 것들이 ‘급식 대란’이라는 단어와 함께 분노의 감정으로도 확산되었다. 나는 유치원에 다니는 6살 아이가 있어서, 당사자라기보다는 적당히 어중간한 자리에서 이 일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몇 년 뒤 아이에게 무엇이라고 말해 주면 좋을지를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볼모’라는 표현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만큼 아이들에게 사람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다. 네가 오늘 한 끼를 굶는 이유는 너의 밥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주고는, 도시락이나 빵이나 김밥 같은 것이나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고 얼마간의 돈을 건네주면 된다. 그러한 간편식을 몇 끼 먹는다고 몸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도 자라나서 노동자가 된다. 누구라도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전문직이거나 정규직이 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은 평범한 노동자가 되어 저마다의 노동의 공간에 존재하게 될 텐데, 그 평범이라는 것의 기준은 그때 지금과는 또 다를 것이다. 그들은 사람뿐 아니라 기계나 인공지능과도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아프지도 않고, 잠을 잘 필요도 없고, 의료보험이나 퇴직금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러한 존재들이다. 여기에서 승리해 정규직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이들은 이전보다 더욱 줄어들 것이다. 어쩌면 노동하지 못하고 기계가 생산한 부를 기본소득의 형태로 나누는 최초의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처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그들의 노동이 외로워지거나 슬퍼지지 않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결국 아이들의 미래를 개선하는 일이다.

그에 더해,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것은 그들을 돌보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자신일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그들의 어깨에 지우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박탈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는 그런 폭력의 언어는 스스로의 논리적 감정적 빈곤함을 드러낼 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의 노동 역시 또 무언가의 무게에 짓눌려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에게 ‘나는 어떠한 노동자로/부모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표를 가지게 해 준다. 이 파업을 대란으로만 여길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에게 사람과 노동의 소중함이라는 감각을 일깨워 주는 교육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 모든 부모들에게 남는다. 

혼자 잘 먹는 한 끼보다도 함께 굶는 한 끼가 아이가 올바른 개인으로 자라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 굶음에 아이와 함께 동참하고 싶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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