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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금수의 탈을 쓰더라도, 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백 갑절은 소중하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광해의 대사 한 대목이다. 그런데 대사 속에 잘못 쓰인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갑절’이다.


경향신문DB


‘갑절’과 ‘곱절’을 섞바꿔 쓰는 사람이 많다. ‘갑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만큼을 뜻한다. ‘곱절’도 ‘갑절’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곳 집값은 다른 곳의 갑절이다’나 ‘이곳 집값은 다른 곳의 곱절이다’는 같은 의미다.


하지만 ‘곱절’에는 ‘갑절’에 없는 뜻이 하나 있다. ‘갑절’은 두 배라는 의미로만 쓰이지만 ‘곱절’은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된다는 뜻도 있다. 따라서 ‘갑절’ 앞에는 ‘두, 세, 네’ 따위의 수관형사가 올 수 없지만 ‘곱절’ 앞에는 수관형사가 올 수 있다. 


그러니 ‘두 곱절’ ‘세 곱절’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두 갑절’ ‘세 갑절’ 식으로는 쓸 수 없다.


정리하면 ‘배’의 뜻으로는 ‘갑절’이나 ‘곱절’을 모두 쓸 수 있지만 ‘몇 배’의 뜻으로는 ‘곱절’로만 써야 한다. 그러므로 “내 백성이 백 갑절은 소중하오”는 “내 백성이 은 소중하오”로 써야 바른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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