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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말 중 본뜻과 달리 쓰는 게 참 많다. 한자말은 더더욱 그렇다. 글쓰기 전 본뜻에 맞는지 사전을 뒤져보는 습관을 들여 보자.


“그는 ○○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이 문장에서 눈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바로 ‘역임(歷任)’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지만 흔히 잘못 사용하는 한자말이다. 이 문장에 나온 ‘역임’은 본뜻과 다르게 쓰였다. 이때는 그냥 ‘지냈다’나 ‘맡았다’로 써야 적확하다.


‘역임’은 ‘여러 직위를 두루 거쳐 지냈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는 ○○기업과 ××기업의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처럼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직위를 거쳤을 때 ‘역임’이란 말을 쓸 수 있다.


구설수 설화 망언 (경향DB)


또한 ‘구설수에 오르다’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것도 어색한 표현이다. ‘구설수(口舌數)’는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를 말한다. 따라서 ‘구설수에 오르다’라고 하면 “말실수로 곤욕을 치를 운수에 오르다”라는 뜻이 되어 어색하다. “구설수가 있다”나 “구설수가 들다”처럼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에 오르다’ 형태로 쓰고 싶다면 ‘구설수’에서 ‘수’를 빼고 ‘구설에 오르다’라고 하면 된다.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것을 말한다. “본의 아니게 구설에 오르내리는 데 대해 내 스스로가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따위로 쓴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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