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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대유행이다. 방역당국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상향조정했다. 전공의들이 파업을 시작했다. 의대생들은 의사국가고시를 거부한다고 선언했고, 대한의사협회는 3차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정부는 협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업무복귀명령을 내렸다. 고소득 전문직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다. 여러모로 아슬아슬하다.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은 주요 원인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문제다. 그리고 그 핵심 주제에 지방의 의료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방의 필수과(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인력 부족을 근거로 정책을 펼치려 하고,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지방의 의료 여건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방의 의료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3차 병원은 주로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닥터헬기를 띄워 심각한 응급환자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기술적인 항목은 논평이 어렵지만, 의료인력에 대해 고민해볼 문제는 짚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전형적인 수도권과 지방의 인재 문제를 따르기 때문이다.

누가 ‘담대한 투자’ 통해
지방의 공공의료 만들까
수익 보전은 어떻게 할까
결국 공적 투자가 필요하다
공공의료 의사의 적정 임금
건강보험 문제도 쟁점이다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든, 공공의대에서 의대생을 선발해 10년을 복무시키든 그 자체로 지방의 의료 서비스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마치 서울의 명문대 공과대학을 나온 엔지니어가 울산이나 창원 회사에 병역특례로 3년 복무하는 것과 같은 문제다. 그 엔지니어는 의무 복무를 마치면 ‘스펙’을 쌓아 판교의 R&D(연구·개발)센터에 이직할 확률이 작지 않다. 누군가 공공의대에 입학해 10년을 마칠 경우, 전공의 후반부가 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서울로 가서 개원하거나 이직할 수 있다. 지금도 지방대에서 전문의까지 취득하고 서울로 가는 의사가 드물지 않다. 의무 복무를 정년에 가깝게 지정하지 않는 한, 전문의까지 숙련된 의사의 유출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임금을 많이 준다는 대안도 있지만, 이미 페이 닥터(봉직의)들의 임금은 지방이 더 높다. 지역차등수가제도 고려할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주체 간 합의가 필요하다.

지방의 환자들도 서울의 큰 병원을 찾는다. 간단한 진료야 동네의원을 찾아가지만, 치료가 어렵다 싶으면 서울의 ‘빅5 병원’으로 향한다. 사람 목숨 살리려 최선을 다한다는데 뭐라고 하기 어렵다. ‘빅5 병원’에만 최첨단 의료기술과 장비, 충분한 경험의 인력이 있는 경우도 있다. TV를 틀면 ‘명의’ 소개가 줄을 잇고, 겪어본 환자들은 서울의 빅5 병원을 더 찾게 된다. 언제든 손쉽게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저렴하며, 어디서든 서울로의 접근성이 3시간 이내인 나라에서 당연한 일이다. 지역별 의료 불균형 문제의 본질은 어쩌면 지리적 연결성에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의사의 문제보다 병원의 문제일 수 있다.

지방 병원의 재정적 여건은 취약하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저부담 원칙은 공고하다. 코로나19 초창기에 고군분투한 대구 동산병원, 메르스 전담병원을 맡았던 단국대병원의 적자는 막대했다. 필수과의 경우 원가의 70% 수준만 수가가 보전되고, 많은 지방 병원들은 서울의 대형병원보다 투자에 인색하다. 별다른 투자 없이 인원을 최소로만 확보하는 ‘갈아 넣는 방식’의 진료가 개선될 여지는 많지 않다. 현장에서 ‘갈리고 있는’ 필수과 전공의들은 최신 진료 기술을 활용할 수 없는 병원을 미래로서 선호하지 않는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에 대기업의 투자도 기대하기 힘들다. 누가 ‘담대한 투자’를 통해 지방에 최첨단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병원의 수익 보전은 어떻게 할까. 결국 전향적인 공적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문제, 공공의료원의 의사 적정 임금도 쟁점이 된다.

1970년대 대덕연구단지를 짓던 당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과학기술 인재를 모으려고 정부는 당시 최고의 실험장비를 설치했고, 우수한 인재에게 대통령보다 높은 연봉을 주기도 했다. 주거환경과 문화시설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예산을 쏟아부었다. 수도권으로 더 많은 인구와 인프라와 대학이 집중되어 있는 지금, 지역의 좋은 의료인력 확보는 지자체를 넘어 중앙정부의 고민이어야 한다. 지방의 질 좋은 공공의료는 이국종 교수나 드라마 주인공 김사부 같은 헌신적인 한 명의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자본 투자와 재정 확보, 팀워크의 누적, 지식 네트워크 구축 등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확정되지도 않은 의대를 유치했다는 지역의 플래카드가 걱정이 된다. 수익성이 떨어져 적자 누적으로 ‘돈 먹는 하마’라며 문을 닫은 진주의료원이 생각난다.

우선 지금은 파국을 막을 때다. 그 후 의료계와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방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와 인재 확보에 대한 이야기도 ‘어떻게’의 관점에서 함께 논의해 봤으면 한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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