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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 있다!”고 외치는 곳이 있다. 바로 특수학교이다. 전국에 167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하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장애학생 교육을 특수교육이라고 하는데 특수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학생들이 사회 밖으로 나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교육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특수학교가 혐오시설로 낙인이 찍혀 장애학생들은 교문 밖으로 나오면 주눅이 들어 조심 조심 행동한다. 장애학생들이 마음놓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러한 때 ‘대한민국 어울림 축전’이 특수교육의 메카인 대구시에서 개최된다. 전국의 장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벌이니 이처럼 신나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어울림 축전’ 자문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계단을 없애라.”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주문이다. 일반적으로 무대를 만들 때 앞에는 계단을, 옆쪽에는 경사로를 설치한다. 그런데 계단을 없애고 모든 사람들이 경사로를 이용하도록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기존의 형식을 깨는 이 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지도층 그 누구도 장애인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모호한 검토만을 지시하며,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해서 그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대구 어울림 축전에서만큼은 계단이 사라지는 가시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별도로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데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 편의시설은 법률이 정한 대로만 설치하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불편한 시설이 대부분이다.


배리어 프리 지도 제작에 나선 서울대 경제학부 김찬기씨_경향DB


이번 어울림 축전이 문화예술을 통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목표로 하고 있어 특수학교의 예능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2013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실시한 ‘장애학생 문화예술교육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마디로 특수학교 예능교육은 양적, 질적으로 너무 열악하다.

특수학교의 예능교사 가운데 미술 전공자는 9.1%, 음악 전공자는 14.9%로 예능 전공교사가 적다. 그래서 수학교사가 음악을 가르치고 국어교사가 미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교사뿐만 아니라 예능교육을 위한 공간과 도구도 부족하다. 예능교과를 운영하는 특별실이 없는 학교가 29.2%나 되고, 음악교육 악기도 탬버린 등 간단한 타악기 정도만 비치되어 있을 뿐이다.

특수학교에서 체육교육에 비해 예능교육의 비중이 적다. 체육은 종목별 또는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많아 대회 준비를 위해 훈련을 시킨다. 하지만 예능은 참가할 대회가 없다보니 별도의 특별활동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특수학교에 예능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장애인 가운데 2%는 영재성을 갖고 있으며 그 천재성의 대부분이 예술을 통해 발휘된다는 연구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굳이 논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특수학교를 방문했다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충주에 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음악수업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최고급 스피커를 사용하고, 악기도 아주 다양했다. 소리를 듣지 못하니 음악수업은 필요 없을 것이란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인천에 있는 시각장애 특수학교는 미술실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조각과 회화 공부를 하고 그 작품들로 조촐한 전시회도 연다고 했다. 앞을 보지 못하니 미술활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역시 잘못된 판단이었다.

장애학생에게 예능교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게 해준다면 교육효과는 물론, 교육의 목표인 사회통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장애학생이 예술의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 자유롭게 날아들어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진정한 배리어 프리, 장벽 없는 사회가 아닐까.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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