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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525일 밝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3년간이나 끌어왔던 우리나라 고준위 방폐물의 관리처분정책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원전시설 안에 있는 수조에 저장 보관 중이지만 2019년 월성 원전 시설부터 포화 예정인 긴박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안이라 주목을 받는다.

 

한국과 핀란드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계획 비교, 원전별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고 포화율

고준위 방폐물을 한데 모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여러 제약조건으로 우리 현실에서 선택할 방안은 영구처분, 한길밖에 없다. 이번 정부안도 영구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지하연구시설과 그 브리지로서의 중간저장시설을 한데 묶되, 국제 공동저장시설의 활용 여부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에도 25년 가까운 세월이 걸리면서 수많은 정책 혼선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던 아픈 경험을 생각하면 늦었지만 한발 한발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번 정부의 발표내용은 가감없는 정보공개와 지역주민의 건강 등 편익을 위한 실질적 고민과 분명한 소통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나는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위원장을 맡아 많은 지역주민들을 만나면서 지역주민과의 가감없는 투명한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일각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거론하면서 탈핵 등을 주장을 하지만 에너지자원빈국인 우리의 국토 여건과 날로 격화되는 국제 경쟁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나아가 승자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원전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대신에 원자력발전 유관 회사들은 기업 경영의 최고 가치를 무엇보다 안전 관리에 두도록 해야 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의 대형 쓰나미 사고 때 인근에 있었던 요나고 원전시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바다 쪽에 설치된 해수방벽을 지역 촌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그 당시로서는 과잉투자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던 13m 높이로 쌓았기 때문에 쓰나미에도 견뎌냈다는 사실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반감기가 길어서 30만년이나 소요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무튼 오랜 기간 인간세계와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지하 500m 내외의 심지층 암반 위에 건설될 최종처분장은 정부·학계·산업계·환경단체 등과의 공동 연구조사를 통해 그 안전성과 인간세계와의 격리가 확실하게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획기적인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폐기물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여기에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포함하여 국제적인 사용후핵연료 통제시스템 등의 제약들도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2053년 영구처분장을 가동하겠다는 정부의 시간표는 계획된 내용들이 단계별로 착실히 진행되었을 때를 전제로 하는 최적의 시간표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분명 험로가 많겠지만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한다면 못 풀 일도 없을 것이다.

 

<한갑수 | 21세기에너지연구회장·전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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