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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는 용의 턱 아래에 있다는 여의주나 손오공 여의봉(如意棒)의 친척쯤 되나? 막강한 여의도의 파워 때문에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뜻 여의(如意) 즉 ‘뜻대로’라는 말을 문득 떠올린다. 하지만 여의도는 그 뜻이 아니라 너 여(汝), 어조사 의(矣), 섬 도(島)의 汝矣島다.

여의도는 국회, 전경련, 금융기관, 방송사 등이 버티고 있어 역할이 막중하다. 이 섬은 또 뜻밖의 역할도 한다. 정부나 언론 등을 통해 우리 시민들은 ‘여의도의 몇 배 (넓이 또는 규모)’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면적의 기준’ 역할도 해내는 것이다. 맥가이버 칼처럼 두루 쓸모 많은 섬이다.

그런데 여의도는 얼마나 너른 섬이지? 정부 관리나 언론인 등 저 말 잘 써먹는 사람들 중에서 여의도의 면적을 한마디로 말하거나 ‘그림’으로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감’은 있지만, 거기서 살기도 했고 직장생활도 했던 경험으로도 이는 쉽지 않다.

‘여의도 면적’이나마 알아야 행세를 할 수 있나보다. 그러나 여의도를 아는 사람도 헷갈리는데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여의도 면적’의 지위(?)는 철옹성일 수 없다. 시민이, 독자가 알아야 ‘기준’일 터다.

하천 둔치를 포함한 여의도 전체 면적은 8.4㎢다. 둑 역할을 하는 윤중로의 안쪽 시가지 면적은 2.9㎢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전체 면적과 윤중로 안쪽 면적을 혼용해 시민 또는 소비자가 착각하게 하는 장난질도 자주 본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고 표시된 기사나 (분양) 광고를 보게 된다면 어떤 면적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 먼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이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상춘객들이 자전거를 타며 봄맞이를 하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산 중턱에 붉은 화염이 띠처럼 이어졌습니다. 큰 불길이 잡혔지만, 잔불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축구장 3배 규모인 임야 1만5000㎡가 잿더미가 됐습니다.”(KBS <뉴스9>, 3월14일)

옳거니, 이건 알겠다. ‘축구장 터치라인(길이), 골라인(너비)이 각각 몇 m여서 면적이 몇 ㎡’라는 설명이 없어도 이 기사가 말한 ‘축구장의 3배’라는 면적을 쉬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면적이 여의도 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바다서 솟아오른 화산섬, 도쿄돔 52배까지 커져’라는 제목의 일본 이야기, 연합뉴스 최근 기사다. “일본 해저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 도쿄돔의 52배 크기이다. CNN방송은 일본 해상보안청을 인용해 2013년 11월 태평양의… 지점에 생긴 작은 섬이 근처 섬을 삼키며 팽창 중이라고….”

비가 와도 걱정 없는 지붕 덮인 야구장 도쿄돔은 일본의 명물이다. 좌우 길이 각각 100m, 중앙 길이 122m로 5만명의 관중을 수용한다. 거기 가보지 않은 사람도 대충 알 수 있겠다. 일본 사람들에게 친숙한 ‘기준’일 것이다. 좋은 건 좀 따라 해도 좋으리.

여의도의 폼 나는 이미지를 계속 쓰고 싶다면 ‘여의도공원 면적’을 활용하면 어떨까? 예전에는 ‘5·16광장’이라는 정치적인 이름의 황량한 아스팔트 벌판이었던 그곳은 이제 서울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다. 넓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그 규모도 적당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좋아하는 곳이라면 그런 기준으로, 축구장이나 도쿄돔처럼, 활용할 만하지 않을까?


강상헌 | 언론인·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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