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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대학의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다. 당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주목받고 있었다. 특강에 들어온 스포츠사회학 교수가 물었다. “한국인들은 국가대항전에만 나오면 펄펄 날던데, 병역 혜택 때문인가.” 점잖은 뉴욕타임스도 한국팀의 선전을 다루며 “군 면제 가능성이 동기를 부여해준다”고 해설할 무렵이다. 당초 WBC 입상자는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었으나 한국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며 대상에 포함됐다. 지금은 올림픽(동메달 이상)과 아시안게임(금메달)만 대상이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하자 한국의 병역의무가 다시 국제적 화제로 떠올랐다. 영국과 미국 언론은 손흥민 선수(토트넘)의 병역 혜택 소식을 전하며 avoid(피하다)·escape(면하다) 등의 표현을 썼다. 손 선수처럼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남자 정구의 김진웅 선수는 더 극적이다. 이달 18일자 입대영장을 받고 대회에 나간 김 선수는 2관왕에 오르며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됐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조현우,손흥민,황의조가 메달을 깨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는 엄밀히 말해 ‘면제’는 아니다. 보충역의 일종인 ‘예술·체육요원 편입’이다. 보충역에는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 등이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544시간 특기활용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물론 21개월간 ‘짬밥’ 먹는 현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혜택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일 병역특례 마일리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각종 대회 입상 내역을 종합한 누적점수를 기준으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는 종목별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도 혜택이 없다. 육상·수영처럼 경쟁이 치열한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은·동메달을 따도 마찬가지다.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 관련 사항은 공정해야 한다. 운동선수만의 문제도 아니다. 징병 대상자들의 박탈감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복무기간 단축과 병역의무 이행 형태의 다양화 등을 모색해야 한다.

김학범 감독은 결승 종료 휘슬이 울리자 가족을 떠올렸다고 했다. “아내와 아들들이 생각났습니다. 군대 가 있는 아들이 고생이 많습니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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