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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공군3호기

opinionX 2020. 2. 19. 10:43

대한민국 대통령이 직접 타는 전용기는 2대가 있다. 해외 순방 때 쓰는 공군1호기는 대통령이 탑승하면 ‘KAF(Korea Airforce) 001’이라는 고유의 콜사인을 관제탑에 보내고 이륙한다. 별칭 ‘코드원’이 붙은 이 전용기는 대한항공에서 보잉747-400 대형 기종(2001년식)을 2010년부터 장기 임차했다. 1985년 먼저 도입된 공군2호기는 대통령이 국내 이동 때 종종 타고, 국무총리나 대통령 특사의 해외 방문 때 주로 쓰이고 있다. 2018년 3월 대북특사단이 이 전용기로 방북했고, 그해 4·27 남북정상회담 후 백두산 방문 때는 삼지연공항의 협소함 때문인지 1호기는 평양순안국제공항에 서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상대적으로 작은 2호기를 이용했다. 흔히 ‘하늘 위 청와대’로 불리는 전용기는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 있는 공군1·2호기인 셈이다.

대통령 전용기는 2대 더 있다. 공군3호기는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수송기를 개조한 정부 전용기다. 기내 양옆에 마주 보게 배치된 좌석을 민항기처럼 정면을 볼 수 있게 고쳐 16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용하지 않고 주요 수행원이 타거나 대통령 이동 시 예비기로 활용돼 대통령 전용기로 통칭하고 있다. 영문명칭(VCN-235) 앞에 붙은 ‘V’에는 귀빈용(VIP)이란 뜻이 담겼다. 최대 순항거리 3500㎞인 전용기는 일본까지도 운항할 수 있다. 공군4호기는 없고, 역시 CN-235 수송기를 개조한 공군5호기는 3호기보다 좀 더 많은 22명이 탈 수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 시민들만 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난해 4월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던 계봉우·황운정 애국지사 유해가 공군2호기로 운구돼 명예롭게 ‘귀국’했고, 2018년 5월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한 남측 기자단이 공군5호기로 방북했었다. 의미 있는 기록이 18일 더해졌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한국인 탑승객 4명과 일본인 배우자를 태워오기 위해 의사·간호사를 태운 공군3호기가 날아갔다. 조선시대로 치면 어가(御駕)를 보낸 격이다. 보름째 확진자 454명이 나온 공포의 배에서 맘고생한 그들로선 조국의 의미와 고마움을 느끼는 귀국길이 될 듯싶다.

<이기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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