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기네스가 공인한 세계 최장수 노인은 1997년 숨진 프랑스 여성 잔 칼망이다. 122년 164일을 살았다. 그녀는 평생 직장 일을 하지 않았다. 대신 테니스, 수영, 펜싱, 사냥, 등산 등 운동을 즐겼다. 좋아했던 음식은 평범했다. 쇠고기와 튀긴 음식, 초콜릿 등이었다. 애연가였던 그녀는 많은 담배를 피웠다. 이렇게 말하면 그녀의 장수 비결로 운동을 꼽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두 가지로 확정할 수는 없다. 

기대수명이 크게 늘고 있다. 바야흐로 ‘백세시대’다. 건강관리·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한몫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의료기술 발달이다. 여기에 의료산업까지 가세하면서 의료는 삶이 되었다. 병원은 이제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일상의 공간이다. ‘의료 쇼핑’이란 말도 낯설지 않다. 주기적으로 행하는 건강검진은 의료 행위라기보다는 통과의례라고 말하는 게 옳겠다. 

엊그제 보건복지부의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여 85.7, 남 79.7세)로, OECD 평균(80.7세)보다 2년이나 길었다. 2007년(79.2세)에 비교하면 3.5세, 1936년(42.6세)에 비하면 40세가 늘었다. 역시 의료의 힘이다. 2017년 한국 국민 1명이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환자 평균 재원일수는 1인당 18.5일로 일본에 이어 두번째였다. 반면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호주·미국·캐나다 국민은 10명 중 9명이 건강하다고 답했지만, 한국인은 3명에 그쳤다. 오래 살지만 건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는 건강수명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5세(남 64.7, 여 65.2세) 정도다. 기대수명과 17년 차이가 난다.  

기대수명이 신생아가 몇 세까지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나이라면,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과 부상의 기간을 뺀 활동연령을 말한다. 올바른 나이듦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가는 ‘활동적인 노화’여야 한다. 오래 살기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 계층·지역 간 ‘건강불평등’이 없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건강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사는 일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