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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나이 제한

opinionX 2017. 1. 6. 11:01

2005년 11월 미국 미시간주 힐스데일 카운티 시장 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고교 3학년인 마이클 세션즈(당시 18세)가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던 더글러스 잉글스 시장(당시 51세)을 단 2표차로 꺾고 당선된 것이다. 선거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내건 세션즈는 당선 이후 오전엔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엔 시장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독일 여성 안나 뤼어만은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갖고 있다. 10살 때부터 그린피스 환경보호지킴이로 활동한 뤼어만은 19살 때인 2002년 녹색당 비례대표로 연방의회 의원이 됐고, 2005년 재선에 성공했다.

선진국에선 선거연령을 18세 이하로 낮춘 지 오래다. 미래세대의 주축이 될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다. 영국은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선거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2015년 선거법을 고쳐 20세에서 18세로 낮췄고, 북한도 17세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2개국의 선거연령은 18세이고, 오스트리아는 16세다. 한국만 19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연령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 만 21세로 정한 이후 1960년 3차 개헌 때 20세로 낮췄고, 2005년 여야 합의로 19세로 하향조정했다.

출처: 경향신문DB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대선을 앞두고 만 18세까지 투표가 가능하도록 선거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선거권은 신분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많은 사회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것이 국민주권 이념과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18세부터 가능하게 해놓고 선거만 못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현재 주민등록증 발급 연령은 17세이고, 혼인·운전면허 취득·8급 이하 공무원 임용·군입대 연령은 18세다. 형사상 책임은 14세부터 져야 하고, 취업은 15세부터 할 수 있다.

나이에 따른 의무와 책임은 강조하면서 권리는 빼앗는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 일이다. 촛불정국에서 분출된 젊은층의 정치참여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선거권 19금’을 풀어 ‘교복 입은 유권자의 시대’를 열어야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나이가 벼슬”이던 시대가 아니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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