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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당시 정대근 농협 회장을 구속시킨 인물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치다
혼외자 의혹으로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다. 채 기획관은 당시 서울 양재동 농협부지가 현대차에 팔리는
과정에서 정 회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정 회장은 훗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농협의 흑역사는 정 회장만이 아니다.
임명제에서 선출제로 바뀐 1988년 이후의 회장 4명 중 한호선(초대)·원철희(2대)씨가 비자금 조성으로 수갑을 찼다. 최원병 현
회장은 검찰처벌은 면했지만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측근 중 상당수는 뇌물과 특혜 혐의로 구속됐다.
이쯤되면 농협 회장은 감옥의 담 위를 걷는 위태로운 자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선거는 늘 과열된다. 31개 계열사, 임직원 8만8000명, 자산 430조원, 단위조합 1134개, 조합원 231만명을 가진 힘 때문이다. 오죽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농협은 전국 각지에 조직을 두고 있어 그 자체가 파워다. 농협이 센지, 내가 센지 모르겠다”고 말했겠는가.
정대근 농협중앙회장_경향DB
그제 치러진 농협 회장 선거에서 김병원 후보가 5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출신의 ‘호남 회장’이다. 1964년 전북 진안 출신의 문방흠 회장 이후 52년 만이니
그에게 시선이 쏠릴 만하다. 민선 이후 농협 회장의 출신지는 강원, 충남, 경남, 경북이었다. 김 당선자는 8년 전 회장선거에서
1등으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고교 동문인 최원병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패한 전력이 있다. 반면 이번에는 2등으로
결선에 나섰으나 경남 출신인 최덕규 후보 표가 결집하면서 당선됐다. 이 때문에 ‘영호남 화합’이라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새
회장은 늘 개혁을 외쳐왔다. 그만큼 바꿔야 할 게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권농유착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김 당선자 역시
자유무역협정 발효로 피폐해지는 농민을 지키고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의 비효율도 제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부패나 정치색
오명도 벗어야 한다. 언론이 김 당선자의 출신지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농협의 구태를 지적하는 반어법일 수 있다. 4월에는 총선이,
내년엔 대선이 있지만 김 당선자가 농민과 소비자만 보고 가길 기대한다.
박용채 논설위원 p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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