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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1월1일부터 창간 70주년 기획으로 ‘부들부들 청년’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 갚아나가야 하는 1000만원대의 대학등록금, 스펙경쟁 뒤에 찾아오는 극심한 취업난, 취업 후에 찾아오는 저임금과 일자리의 불안정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거비…. 이런 현실 가운데에는 항상 ‘청년’이 있습니다. ‘부들부들 청년’ 기획은 이런 삶 앞에 부들부들 떨며 “헬조선”을 외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취지로 기획됐습니다. 올해 3월까지 이어지는 이 기획의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 취재 에피소드와 고민들을 ‘팟캐스트’를 통해 독자들께 전합니다.

☞ ‘향이네 라디오’ 팟캐스트 듣기


■흙클베리핀의 모험, 젊은 베르테르의 고생

‘부들부들 청년’이 기획 제목으로 정해지기까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기획 첫 회가 나가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러 제목들이 각축전을 벌였죠. 어떤 제목들이었을까요? 팀장인 송윤경 기자가 제안했던 제목은 ‘흙클베리핀의 모험’이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흙수저’를 대입시킨 것이죠. 송 기자는 예전 ‘복지국가를 말한다’ 기획을 하며 ‘삼포세대’ 라는 단어를 만들었던 기자인데, ‘흙클베리핀’은 팀에 ‘큰웃음’만 주고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이효상 기자는 ‘젊은 베르테르의 고생’ 이라는 제목을 제안했습니다. “베르테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청년아닌가요?” ‘청년실록’, ‘2016 청년리포트’ 같은 제목도 나왔지만 결국 최종 제목으로 선택된 것은 ‘부들부들 청년’. 어떤 의미일까요? 송윤경 기자는 말합니다. “부들부들은 떨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이 모습을 저희가 약간 ‘적극적’ 으로 해석을 했어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 모순에 부닥쳤을 때 떨고 있는 모습인데, 그 떨림 안에도 에너지가 있는 거잖아요. 거기에 있는 힘이 앞으로 우리 사회 변화를 가지고 오는 힘이 아닐까, 그런 힘을 우리 청년들이 갖고 있다는 뜻으로 제목을 지었어요”

■“보일러 고장나면 방 온도 9도, 텐트 펴고 쪽잠”

첫 회 기사가 나가고 난 뒤, 포털사이트에 달린 한 댓글이 취재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너흰 잘 먹고 잘 살면서 괜히 점잖은 척 이런 기사나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댓글이었습니다. 노동조합에도 가입하는 정규직으로, 밥벌이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긴 하지만, 경향신문 청년 기자들의 삶도 사실 녹록지 않습니다. 10여년 전 고교를 졸업하고 상경해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 4평짜리 반지하 원룸에서 생활하는 이효상 기자의 소원은 ‘세면대가 있는 집에서 살아보는 것’입니다. 지난해 여름 해외연수를 떠난 선배 덕분에 1년간 선배 집에서 ‘시한부 주거권’을 획득한 정대연 기자는 최근 혹한에 보일러가 고장났는데도 주인이 제대로 수리를 해주지 않아 안방에 텐트를 펴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취재팀 기자들이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흙수저 빙고’를 직접 해보니 25개 항목 중에 16~17개 가량이 해당됐습니다. 이효상 기자는 말합니다. “요즘 인터뷰를 하다보면 꼭 만나고 헤어질 때 (인터뷰이들이)이런 얘기를 한다. ‘제가 도움이 됐나요? 이런 얘기 너무 흔한 얘기 아닌가요?’ 그런 말을 듣는데 너무 슬펐다” 갑갑한 현실에 매주 2만원씩 복권을 사고 있다는 정 기자와 반지하를 벗어나고 싶은 이 기자의 ‘웃픈’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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