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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관 논설위원
동물들은 천재지변에 앞서 이상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잇따른 지진참사에서도 동물들이 미리 사인을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뉴질랜드 해안에서는 떼죽음 당한 고래 109마리가 발견됐다. 3일 후 대규모 지진이 크라이스트처치 시를 강타했다. 이달 10일에는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지진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뱀, 지렁이 등이 집단 출몰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때도 두꺼비 수십만마리가 이동하며 도로를 뒤덮는 소동이 있었다.
“지진 전날 물고기가 그물에 무더기로 걸렸다.” “밤새 개가 짖었다.” “며칠 전부터 쥐가 사라졌다.” 이렇게 눈귀로 알 수 있는 지진 징후를 ‘굉관(宏觀) 이상현상’이라고 일컫는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수액이 변하는 등 지진 예측 ‘초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연구해 지진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옛날부터 있었다. 그 대표적 동식물이 메기와 자귀나무다.
“메기는 지진 3~10일 전에 날뛴다.” 일본 도쿄 수산시험장이 16년 동안(1976~92년) 연구해서 얻은 결론이다. 그 기간에 도쿄에서는 규모 3 이상의 지진이 95회 있었는데, 메기는 29회에 걸쳐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자귀나무의 지진예측 적중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일본 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77~89년 규모 6 이상 지진 27회 중 자귀나무가 이상현상을 나타낸 것은 14회로 적중률이 50%가 넘었다. 다른 동식물의 다양한 지진 선행현상을 연구하면 적중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올해 초 지구촌 곳곳에서 동물들이 떼죽음해 재앙을 예고하는 ‘다잉(dying) 메시지’가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다. 미국 찌르레기 집단 추락사, 브라질 정어리·메기 떼죽음, 영국 꽃게 의문사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있을 수 있는 자연현상”이라고 했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재난이 빈발해 인터넷에서는 종말론까지 나도는 등 억측이 분분했다. 이번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서도 해변에 고래 50마리의 사체가 밀려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는 사실무근이었지만 나중에 어떤 동물이 지진을 예고한 것으로 드러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의 불행은 미래를 모른다는 데 있지 않다. 곧 닥칠 재앙을 알고도 손놓고 있다는 게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동물의 ‘다잉 메시지’를 인간이 놓친 적이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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