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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일본마쓰야마대 교수·경제학)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의 경우 정부에도 저가격 및 고정가격의 계약에 따른 손실을 다른 대형공사 수주로 장기적으로 보충하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은 인정하자. 하지만 최근 국내보도를 보면 여전히 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은 채 일방적인 홍보만이 난무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건설 준비를 앞둔 일부의 예비공사를 마치 본공사가 시작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현재 UAE에서 진행 중인 건설작업은 단지 부지 준비를 위한 것으로 UAE원자력발전회사(ENEC)가 원자력규제청(FANR)에 지난해 4월에 신청해 7월에 허가된 것이다. 이때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일부 기기의 제조도 승인돼 두산중공업이 수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그러나 아직 원자로, 터빈, 발전기와 같은 원전시설의 본공사에는 착수할 수 없다. UAE원자력발전회사가 본공사의 건설허가를 신청한 것은 지난해 12월27일이다.
현재 원자력규제청은 미국과 영국의 원자력기술 자문회사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신청 내용을 검토 중이다. 또 본공사의 경우 지난해 4월에 신청한 환경청(EAD)의 환경영향평가 실시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 원전 같은 대규모 시설의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선진국에서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원자력규제청의 주요 인원은 미국·일본·유럽 출신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공사의 건설허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전문잡지에 따르면 UAE원자력발전회사는 1호기의 착공시기를 2012년 중반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 건설허가의 검토 중에 설계에 대한 변경 또는 수정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착공시기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한편 필자가 2월7일자 경향신문 시론에서 언급한 UAE 원전수주의 의문 중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두 가지를 다시 들어 본다. 왜냐하면 한번으로 끝나는 손실이 아니라 누대에 걸쳐 후손들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첫째, ‘사용후 핵연료의 최종 처분의 책임’이 어느 나라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140만㎾의 원전이라면 연간 30t 이상의 사용후 핵연료가 나오는데, UAE의 4기 원전에서 60여년 동안 약 7200t이 발생한다. 만약 우리가 인수하는 조건이라면 일정(?)의 비용을 받더라도 경제성이 전혀 없으며, 또 좁은 국토에서 환경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 올 수 있다. 1978년부터 가동한 국내 원전들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가 약 1만1000t에 달하나 아직 그 처분방법조차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60년간의 가동 보증조건’ 내용이다. 일본의 전문잡지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의 가동 중에 ‘긴급 정지가 발생했을 경우의 복구와 보상도 제안했다’고 한다. 또 일본기업의 관계자는 한국처럼 원전의 전 수명을 보증하는 조건은 ‘주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단순히 낙찰에 실패한 측의 구차한 변명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만약 위와 같은 보증조건이 포함돼 있다면, 미완성 기술의 원전에 대해 이처럼 확신을 가지는 근거는 무엇인가?
한편 보증조건이 사실이 아니라면, 지난해 3월 프랑스정부가 파리에서 개최한 원자력이용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UAE 외무장관이 ‘원전의 생애에 걸친 계약은 처음이다’라고 한 발언의 취지를 정부는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근거없는 낙관주의와 경직된 정책이야말로 국익을 해치는 자해행위이다. 국민들이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정부에는 기본적인 내용의 공개로 국민을 납득시킬 의무와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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