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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대통령의 독서목록

opinionX 2017. 1. 19. 11:11

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공개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책 읽는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폭넓은 독서편력으로 유명했다. 3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그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모퉁이에 글을 적었다는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갤브레이스의 <불확실성의 시대>, 피터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 박경리의 <토지>, 변형윤의 <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 등을 꼽았다.

다독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활용해 보수언론에게 “‘독서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해 중용하기도 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를 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을 펴낸 이주흠 전 리더십비서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6년 5월 1일 일반인들에게 첫 공개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관광객들이 창밖에서 서재 내부를 구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답게 독서스타일도 실용적이었다. 종이책보다는 ‘e북’(전자책)을 즐겨 읽었던 그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피터 언더우드의 <퍼스트 무버> 를 청와대 참모진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선 잠자기 전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존 F 케네디가 독서광의 반열에 올라 있다. 20일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케네디에 버금가는 애독가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8년간의 백악관 생활에서 생존한 비밀은 독서에 있다”고 했다. 그는 “연대감을 느끼고 싶을 땐 링컨, 마틴 루서 킹, 마하트마 간디, 넬슨 만델라의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관저 유폐’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책을 읽으며 ‘생존’하고 있을까. 박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지난 10일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읽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펴낸 <축적의 시간>이 낫다”고 넌지시 조언하기도 했다. 하긴 평소 책 읽기보다는 TV시청을 즐겼다는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독서목록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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